반대한 법안 3개 통과에 네이버 당혹... 시대적 책임의식 가져야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재난시 대응도 반대한 네이버
글로벌 CP 역차별 해소법도 스타트업 혁신 저해로 밀어부쳐
거대 플랫폼 사업자로서 사회적 책임 오해 받지 말아야
  • 등록 2020-05-07 오후 6:22:18

    수정 2020-05-08 오전 6:51:47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네이버 건물


국내 최대 인터넷 플랫폼 기업이자 혁신 기업인 네이버가 반대해 온 법안들(정보통신망법·전기통신사업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 등)이 줄줄이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으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업계 맏형으로서 할 만한 말을 한 부분도 있지만, 그간 입법 저지에 나선 법들을 보면 네이버가 커진 플랫폼의 위상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으려는 것 아닌가 하는 비판이 제기된다. 네이버가 시대적 책임을 잘 인지하고 이에 잘 대처해야 새로운 네이버의 시대를 열 수 있다는 평가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노웅래)는 7일 전체 회의를 열고 △인터넷 대기업(이용자 수, 트래픽 양 등에 따라 부가통신사업자 중 시행령에서 결정)에 대해 ‘서비스 안정성’ 의무와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인터넷 대기업(CP·콘텐츠기업)에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를 주는 전기통신사업법 △불법 성착취물 유통방지를 의무화한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법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국가재난관리 시설로 지정하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이 법들은 모두 네이버가 강력하게 반대했던 법이다. 네이버가 회장사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는 성명서와 긴급 토론회라는 형식으로 해당 법안이 ‘과도한 플랫폼 규제’라고 주장했다. 특히 IDC를 재난관리시설로 넣으려는 법은 상임위 전체 회의 몇 시간 앞서 여당 의원실을 방문해 입법 저지에 나서기도 했다.

IDC 재난시 대응법도 반대한 네이버

국회 과방위 관계자는 “상임위 당일 네이버 대관이 국회를 돌며 IDC의 재난관리대상 지정에 반대했다”면서 “해당 조항은 네이버, 구글의 IDC뿐 아니라 통신사들의 IDC 중에서도 정보통신기반시설로 지정되지 않은 곳 들이 추가로 포함되는데 네이버는 데이터 경제 시대 그 정도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IDC를 통해 클라우드 방식으로 서버·저장장치·네트워크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활성화되는데 네이버는 IDC도 재난 대비를 하자는 걸 반대한 셈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보통신망법상 IDC 보호조치 규정이 있는 만큼, 중복 규제를 피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현행법에는 사고 시 대응 조항은 없는 만큼 법 자체를 저지하기보다 시행령 단에서 중복규제를 피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이날 국회에서 “재난관리기본계획은 사전에 기반시설을 사고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는 측면과 함께, 실제 사고 발생 시 어떻게 대응하고 처리하는 가에 대한 부분을 담고 있다. 중복규제는 시행령에서 제거하겠다”며 법안 통과를 지지했다.

변재일 의원도 “네이버 데이터센터만 해도 많은 기업이 쓰고 구글, 아마존 센터에도 공공 정보까지 상당히 많이 들어 있다”며 “데이터 산업 육성을 위해서도 데이터센터 자체의 재난 안정성은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거대 플랫폼 사업자로서 사회적 책임 오해받지 말아야

네이버가 회장사인 인기협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국회가 텔레그램 n번방 재발방지 대책, 글로벌 CP 대책, 통신재난 관리대책 등 다양한 사회문제의 해결책을 모두 플랫폼 규제를 통해 찾으려고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인터넷 산업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 홀로 퇴보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중 n번방 대책은 인터넷 플랫폼이 성범죄물인지 여부를 즉각 판단해 삭제하는 일이 100%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플랫폼에 과도한 대책이라는 평가가 나름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글로벌 CP를 비롯한 국내외 인터넷 대기업에 대한 대책(일정규모 이상 인터넷 기업 서비스 안정 의무화)을 스타트업 혁신 저해라고 주장하거나, IDC의 재난 관리 대책에까지 딴지를 거는 것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네이버가 가장 많이 운영비를 내는 인기협은 네이버 중심으로 움직이는데 구글 등 미국 기업 입장에 경도됐다”며 “기술기업으로서의 네이버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바뀌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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