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사, ‘수소차 필터소재’ 개발… ‘그린뉴딜’ 힘 싣는 유화업계

국내 유일 수소차 이온교환필터 소재 생산
“2년간 개발 추진, 이온교환수지 성능 입증”
효성 연료탱크소재 개발, 일진은 600억 증설투자
수소차 성장 기대, 미래먹거리 선점경쟁 본격화
  • 등록 2020-07-20 오후 5:17:49

    수정 2020-07-21 오전 8:36:56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이 본격화한 가운데 국내 석유화학업계도 수소차 소재 사업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수소차가 그린뉴딜의 핵심으로 떠오른만큼 관련 소재에 대한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어서다. 삼양사(145990) 등 국내 유화업체들은 기존 기술을 활용해 수소차 소재 개발에 나서는 등 다양한 시도를 꾀하고 있는 모습이다.

삼양사가 생산한 이온교환수지. 삼양사는 최근 수소차용 이온교환수지를 개발해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에게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삼양사)


◇수소차용 이온교환수지 개발한 삼양사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양사는 최근 수소차 이온교환필터에 사용되는 이온교환수지 개발에 성공했다. 수소차의 이온교환필터는 냉각수와 냉각수 배관에 포함된 극미량의 이온을 제거하는 핵심 소재로 수소차에 꼭 필요한 부품 중 하나다. 이온교환수지는 이온교환필터의 핵심 소재로, 물 속 이온을 비롯한 미세 불순물 제거에 쓰이는 0.3~1mm 내외의 작은 알갱이 형태의 합성 수지다. 삼양사는 수소차용 이온교환필터를 조만간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에게 공급할 계획이다.

수소차는 수소로 전기를 만들어 움직이는 친환경차다. 차량에 탑재된 ‘연료전지스택’(수소를 전기로 바꿔주는 장치)에서 전기를 생산할 때 열과 물을 함께 발생시킨다. 연료전지스택 내부의 전해질막이 고온에 노출되면 출력 저하와 고장의 원인이 되는만큼 냉각수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엔진을 탑재한 차에 사용되는 냉각수는 부식 방지가 중요하지만, 수소차의 냉각수는 이온의 포함 여부가 관건이다. 물 속에 이온이 있으면 전기가 흐를 수 있고 이는 에너지 효율 저하와 차량 고장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냉각수 속 이온을 모두 제거해주는 이온교환필터가 수소차에 필수적인 이유다. 삼양사가 개발한 수소차용 이온교환수지는 이 같은 이온교환필터에서 물 속 분순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해주는 핵심 역할을 한다.

삼양사는 수소차 이온교환필터에 들어가는 이온교환수지를 지난 2년간 개발해 왔다. 수소차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기존 이온교환수지를 수소차용으로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테스트를 거쳐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제품에 비해 흡착, 분리, 정제효율이 우수하다는 게 특징이다. 현재 국내에서 수소차용 이온교환수지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은 삼양사 단 1곳뿐이며, 전 세계적으로도 3~4곳에 불과하다. 회사 관계자는 “약 2년에 걸친 제품 개발과 테스트를 통해 삼양사 이온교환수지의 성능과 내구성을 입증했다”며 “미래차 시장의 성장과 함께 관련 시장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효성첨단소재가 생산하고 있는 탄소섬유. 효성첨단소재는 탄소섬유를 활용한 수소연료탱크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사진=효성첨단소재)


◇‘그린뉴딜’ 흐름 탄 유화업체들, 소재개발 박차


삼양사 뿐만 아니라 다른 유화업체들 역시 수소차 소재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효성그룹이다.

효성첨단소재(298050)는 신소재 탄소섬유를 적용시킨 수소 연료탱크 보강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대자동차에 수소연료탱크 보강소재 공급을 추진 중에 있으며 최근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효성은 오는 2028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자해 연간 생산능력 2만4000t까지 생산규모를 늘리는 증설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2013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신소재 ‘폴리케톤’(엔지니어링플라스틱)을 통한 수소차 소재 적용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수한 내충격성·내화학성·내마모성을 지닌 친환경 플라스틱인만큼 수소차 시대가 본격화할 경우 수요가 늘 것이란 기대다.

한화솔루션도 케미칼 부문에서 수소연료탱크 기술을 확보하고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기술을 개발 중에 있다. 일진그룹 계열사인 일진복합소재 역시 늘어나는 수소차 시장 공략을 위해 내년까지 수소연료탱크 생산설비 증설에 6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올초엔 대용량 수소이송용기 ‘튜브스키드’ 개발에도 착수, 올 4분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 같은 유화업계의 행보는 최근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그린뉴딜 정책과 맞닿아 있다. 문 대통령은 오는 2025년까지 73조40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하는 그린뉴딜 정책을 지난 14일 발표했다. 수소차 시장의 경우 승용·버스·화물 등에 총 20만대(누적)를 보급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도 세웠다. 관련 인프라인 수소 충전소도 450대를 설치하고 수소 생산기지 등 유통기반까지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수소차 시장이 성장하면 관련 소재에 대한 수요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만큼 유화업계 역시 선제적 개발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유화업계 관계자는 “유화업체들 입장에선 최근 범용제품군에서 저가 중국산의 공세를 받고 있는데다, 전 세계적으로 수요 위축까지 덮쳐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아직 시작단계이긴 하지만 수소차 등 미래차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시점에서 향후 업체들간 소재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김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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