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우회전 `일단정지` 안 지키는 차 세보니…1시간에만 `76대`

우회전 시 `일단정지` 시행 첫날…여전히 어기는 차량 많아
1시간 관찰 결과 70여대 이상이 `일단정지` 안지키고 질주
1개월 계도기간 지나면 범칙금 6만원 납부 대상
  • 등록 2022-07-12 오후 6:36:22

    수정 2022-07-12 오후 6:36:22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교차로 우회전 시 `일단정지` 의무를 강화한 새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12일. 본격적인 퇴근 시간을 1시간 가량 앞둔 오후 4시30분께 서울 서대문역 인근은 비교적 차량 흐름이 순조로웠다.

이 곳의 한 우회전 차로에서 1시간 가량 우회전 차량들이 `일단정지`를 잘 지키는지를 살펴봤다. 1시간 동안 무려 76대의 차량들이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있거나 건너려는 의사를 분명히 보였는데도 정지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

12일 서대문역 인근 도로에서 우회전 하는 차량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가 있음에도 완전히 정차하지 않고 지나치고 있다.(영상=이데일리)
한 달간 계도 기간이어서 경찰에 단속되더라도 바뀐 법을 주지하는데 초점을 두는 상황이다. 계도 기간이 아니었다면 76대의 차량은 6만원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 76대 차량의 벌금만 456만원에 달한다. 그만큼 아직 운전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제도다.

앞서 지금까지는 우회전 차량이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만 일단정지 의무가 있었다. 이날부터 적용되는 새 도로교통법은 인도에 있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기다리고 있어도 의무적으로 일단정지를 해야 한다.

일단정지를 지키는 차량도 더러 있었지만 완전히 정차를 하는 차는 찾기 어려웠다. 보행자가 건널 때까지 서행을 하는 경우는 `양반`이었다.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진입했는데도 더 속도를 올려 횡단보도를 먼저 지나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서대문역에서 불과 200m 떨어진 곳에 경찰청이 자리 잡고 있다. 유동인구도 많고 경찰청까지 지근거리에 있는 곳도 이럴진대 인적이 드물거나 어두워진 거리에서는 더 많은 차량들이 일단정지를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일단정지 의무를 지키지 않은 한 운전자는 “오늘부터 (새 도로교통법이) 적용되는 건 알고 있었는데 몸에 익지 않아 완전 정차가 쉽지 않았다”라며 “습관적으로 지나치던 버릇을 신경써서 고쳐야겠다”고 말했다.

경찰이 도로교통법규를 강화하는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비 높은 사고율 및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다.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지만 보행자 사망사고율이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는 38.9%로 OECD 회원국 중 두번째로 높다. OECD 평균 19.3%보다 2배 가량 많고 핀란드 7.1%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경찰 관계자는 “전방 신호가 적색일 때 우회전이 가능한 국가는 많지 않다”라며 “보행자가 있으면 주의를 기울이고 건널 의사가 확인되면 정지하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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