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세대 인터넷 기업들이 부상하기 시작한 1999년,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이동형 전 대표는 그해 9월 창업 동아리 멤버들과 함께 싸이월드를 설립했다. 당시는 다음이 1999년 5월 내놓은 ‘카페’가 새로운 형식의 커뮤니티 서비스로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고, 세이클럽·프리챌·아이러브스쿨 등 그 밖의 다양한 관계형 서비스들도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싸이월드도 이들과 비슷한 관계형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던 싸이월드는 2001년 9월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 2002년 하반기 내놓은 ‘미니홈피’ 서비스가 1020세대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단숨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장을 석권했다. 소위 말하는 ‘디카(디지털 카메라)’와 ‘폰카(휴대전화 카메라)’ 소비 확대와 함께 미니홈피의 폭발적 인기가 이어졌지만 별다른 수익 모델이 없던 싸이월드는 급증하는 트래픽으로 운영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막대한 서버 구축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서비스 장애가 수시로 발생하며 이용자 불만도 급증하게 됐다.
SK 인수합병 통해 날개짓…모바일 전략 부재로 ‘쇠퇴’
이때 SK그룹이 손을 내밀었다. 자본이 필요했던 싸이월드와 1등 SNS 계열사 편입을 희망한 SK의 이해관계가 들어맞은 것이다. 싸이월드는 2003년 8월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합병됐다. SK 인수된 직후 싸이월드 사업은 더욱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서버 운영이 안정화되며 이전과 같은 접속 장애도 사라지고 투자도 늘면서 서비스는 더욱 고도화됐다. SK의 포인트 서비스였던 ‘OK캐시백’ 포인트를 싸이월드 자체 포인트인 ‘도토리’로 전환해주기 시작하며 유료 콘텐츠 매출이 급증했다. 싸이월드의 도토리 매출은 한때 매달 1000억원을 상회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안이했던 모바일 전략은 싸이월드의 추락을 가속화했다. KT가 2009년 애플의 아이폰3GS를 출시하며 국내 통신 시장은 빠르게 모바일 중심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싸이월드는 PC 중심 서비스에만 의존하며 모바일 전환에 소홀했다. 페북 등 글로벌 SNS들이 모바일로 빠르게 전환한 것과 달리 싸이월드의 모바일 서비스는 2012년 9월에야 시작했다. 결국 싸이월드는 일부 마니아만 사용하는 서비스로 전락했고, SK는 2014년 1월 계열 분리를 단행한 후, 3개월 후 종업원인수 방식(EBO)을 통해 분사하며 싸이월드는 10여년 만에 다시 ‘벤처기업’으로 돌아갔다.
삼성 50억 투자로 재기 꿈꿨으나 2년 만에 ‘암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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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발생한 접속 장애가 지난 14일 밤까지 이어지며 서비스 중단 가능성까지 점쳐지기도 했다. 15일 가까스로 접속 장애 문제를 해결했지만, 여전히 사진첩·게시판 접속에선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싸이월드는 직원 줄퇴사와 자금난으로 서버를 관리할 직원조차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서비스 종료로 인한 이용자 데이터 삭제 우려도 제기된다.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측은 “이번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대표가 서비스 지속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IT업계에선 정상 서비스 재개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내 SNS 시장은 페북과 인스타그램이 장악한 상태다. 싸이월드는 새로울 것 없는 오래된 서비스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사업적 측면에서도 100억원 가까운 투자금을 모두 소진하면서도 새 서비스를 내놓지 못한 기업에 누가 관심을 보이겠나”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