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공정 노력했는데…" 정치공방에 책임돌린 文대통령

文대통령, 21일 종교지도자 초청 간담회서
"통합 노력했지만 큰 진척 없었다"
'조국 사태' 국민 갈등, 정치 공방 원인으로 봐
"임명 강행서 촉발, 진전된 통합 메시지 나와야"
  • 등록 2019-10-21 오후 6:24:15

    수정 2019-10-21 오후 7:39:45

문재인 대통령과 종교지도자들이 21일 청와대에서 오찬 간담회 전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사태’ 이후 우리 사회가 주요 의제에 대해 정치 공방을 벌이면서 국민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문 대통령은 21일 종교지도자 청와대 초청 간담회에서 ‘조국 사태’로 촉발된 국론 분열을 겨냥해 “지난 2년간 국민통합을 노력했는데 큰 진척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조국 사태’의 방아쇠가 된 ‘공정’에 대한 요구에 대해서도 “구체적 논의없이 정치적인 공방거리만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국론분열 양상에 대해 정치권에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본인의 책임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사과와 통합 노력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文대통령, ‘조국 사태’ 시발점 직시 대신 “검찰개혁까지 정치공방”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7대 종단 지도자 초청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문 대통령이 7대 종단 지도자 초청 간담회를 갖는 것은 취임 첫해 겨울과 지난 2월 이후 세번째로 ‘조국 사태’로 사회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종교계에 통합의 역할을 당부하고 국정운영의 조언을 구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조국 사태’로 촉발된 국민 갈등으로 부각된 통합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 때문에 전쟁의 불안이 아주 고조되고 있던 때 지도자님들께 ‘우리 국민들의 통합과 화합을 위해서 좀 큰 역할을 해달라’는 당부를 드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2년 가까이 흘렀는데 국민통합이라는 면에서는 나름대로는 협치를 위한 노력을 하기도 하고, 또 많은 분야에서 통합적인 정책을 시행하면서 나름대로 노력을 해왔지만 크게 진척이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지금은 검찰 개혁이라든지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라든지, 개혁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어떤 조치로 국민들이 공감을 모으고 있었던 그런 사안들도 정치적인 공방이 이뤄지면서 국민들 사이에서도 그것을 놓고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봤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상징되는 국론 분열의 시작이 자녀 입시비리 등 갖가지 의혹으로 ‘공정’과 배치되는 조 전 장관의 임명을 문 대통령이 강행했다는 데서 시작됐다는 사실은 애써 외면한 것으로 평가된다. 당초 조 전 장관의 적절성을 둘러싼 찬반 갈등은 검찰개혁 이슈와 맞물리며 그 양상이 진화해왔다. 문 대통령은 현 시점에서 가장 부각되고 있는 여야간 공수처 설치를 둘러싼 이견을 집어 ‘정치적 공방’을 지적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종교지도자들과 오찬 간담회 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통합 저부터 노력하겠다” 했지만…“보다 적극적 사과 나서야”

문 대통령은 대신 ‘조국 사태’의 촉발점이 된 ‘공정’과 관련해서는 “국민들이 합법적인 제도 속에 내재돼 있는 불공정까지 모두 다 해소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집권 후부터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최고의 국정목표로 세우면서 공정한 사회를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그래서 각 분야 분야별로 특권이나 반칙을 청산하기 위한 그런 노력을 많이 기울였고, 또 나름대로 성과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번에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공정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그보다 훨씬 높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공정과 관련해 실질적인 논의 대신 정치적 공방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제도 속에 어떤 불공정한 요인이 내포돼 있는지 이런 것들을 우리가 찾아내고, 그걸 어떻게 고쳐나갈 것인지, 이렇게 이제 말하자면 건강한 논의들이 이뤄져야 되는데, 공정에 대해서도 여전히 구체적인 그런 논의는 없는 가운데 말하자면 정치적인 공방거리만 되고 있는 그런 실정”이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국민통합과 화합을 위해 대통령이 저부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지만, ‘조국 사태’ 이후 계속되고 있는 국민 갈등이 정치적 공방이란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국민통합의 메시지로는 아쉽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내일(22일) 취임 후 네번째 시정연설에 나선다. 시정연설은 예산편성과 관련한 정책 사항이 주가 되지만 국정 전반에 대한 대한 대통령의 메시지가 담긴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정에 대한 말씀도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본인의 잘못에 대한 ‘유체이탈 화법’이 문제의 시작점이 되지 않았나”라며 “한 정파의 대표가 아닌 국가원수로서 문 대통령이 갈등의 시작점이 된 조 전 장관의 임명에 대해 적극적으로 사과에 나서고 통합 노력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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