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해운산업 부활 뱃고동”… HMM, 5년 만에 흑자전환(종합)

2분기 영업익 1387억, 당초 목표 3분기보다 조기달성
‘해운재건 계획’ 2만4000TEU급 선박 12척 투입 ‘성과’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 가입 통한 공동운항 등 효과
글로벌 위축 속 ‘나홀로 성장’, 정부 “HMM 순익 달성 지원”
  • 등록 2020-08-12 오후 4:11:37

    수정 2020-08-12 오후 9:35:26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21분기만의 흑자.’ HMM(011200)(옛 현대상선)이 무려 5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한국 해운산업의 부활을 알렸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2만400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선박을 올 상반기 공격적으로 투입하는 등 승부수를 걸었던 HMM은 올 3분기를 목표로 했던 흑자전환을 조기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힘입어 HMM은 오는 2022년엔 연간 당기순이익 달성과 현재 65만TEU 수준의 선복량도 100만TEU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HMM이 지난 4월 인도받은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1호선 ‘HMM 알헤시라스호’. (사진=HMM)


◇상반기 2만4000TEU급 선박 12척 공격적 투입


12일 HMM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138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흑자전환했다. 지난해 2분기 영업손실 1129억원에서 무려 2516억원이 개선된 수치다. HMM이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건 2015년 1분기 이후 21분기 만이다. 특히 HMM은 당초 흑자전환 시기를 3분기로 목표했지만 이를 1분기나 앞서 조기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2분기 당기순이익도 281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2분기 매출액은 1조375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5% 줄었다.

HMM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에 항로 합리화를 시행하면서 매출은 다소 줄었지만 원가 구조를 개선할 수 있었고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투입,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 가입 등으로 21분기 만의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운임상승 효과로 컨테이너 사업과 벌크 부문 등 모두 흑자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HMM 흑자전환의 일등공신은 세계 최대 규모 2만4000TEU 컨테이너선 투입이다. 해양수산부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국적 선사인 HMM의 경영정상화에 나섰고, 이의 일환으로 올해까지 2만4000TEU 컨테이너선 총 12척 투입을 결정했다. 그간 HMM은 대규모 선박을 운영하는 유럽 선사들에 비해 비교적 규모가 작은 선박을 투입해 운임 등 다방면에 있어 불리했다. 유럽 선사들이 1만5000TEU급 이상의 대형선으로 화물을 나르는 상황에서 HMM은 고작 4000TEU급 선박으로 유럽을 오갔던 만큼 배를 운항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였다. 이에 따라 정부와 HMM은 세계 최대 규모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을 투입, 체질개선에 노력했다.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들은 올해 4월부터 매주 약 1척씩 HMM 항로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유럽으로 향하는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1호선 ‘HMM 알헤시라스’호부터 7호선까지 연속 만선을 기록할 정도로 시장 호응도 높았다. 현재 HMM은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을 총 10척 인도받은 상태다. 이달 말 11호선을 인도받고 다음달 초중순엔 마지막 12호선을 받게 된다.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길이 비교. (자료=HMM)


◇정부 “HMM 선복량 2022년까지 100만TEU로”


HMM의 선대도 대폭 확대됐다. 다음달 말 기준 HMM 선대(컨테이너선 기준)는 약 73척 수준이 예상되며,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이 추가되는 내년엔 약 80~90척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같은 선대 확대는 코로나19로 위축된 글로벌 선사들과는 다른 행보다. 프랑스 해운조사업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상위 12개 컨테이너 선사들의 규모는 HMM을 제외하고 코로나19 이전 대비 모두 감소했다. 반면 HMM은 지난 1월 대비 선대 규모가 42.0%나 늘어나는 등 나홀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선복량 역시 커지고 있다. 올 4월 기준 45TEU였던 HMM의 선복량은 이달 기준 65만TEU로 커졌다. 다음달 말엔 90만TEU, 2022년엔 100만TEU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4월 세계 3대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에 가입한 것도 톡톡한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2만4000TEU급 초대형 선박을 운항하면서 해운동맹 회원사들에게 일정 부분 선복을 나눠 판매해 부담을 줄인데다, 회원사 자격으로 유럽·미주·중동 등 서비스 확대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영향에 글로벌 물동량이 줄자 해운동맹 회원사들끼리 항로별로 공동 대응에 나서면서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최근 상승 중인 운임도 HMM에겐 긍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업계는 HMM의 흑자전환이 한국 해운산업 부활에 있어 새로운 기점이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16년 해운산업 경쟁력강화방안에 이어 이듬해 해운재건 5개년 계획 추진까지, 꾸준한 정부 지원이 HMM의 재도약 기틀을 마련했다”며 “올해 코로나19란 변수가 닥쳤지만 이 같은 성과를 달성한 만큼 한국 해운산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역시 내부적으로 고무적인 분위기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통해 거둔 첫 성과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HMM이 오는 2022년 연간 기준으로 당기순이익을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현재 65만TEU 수준의 선복량도 2년 후엔 100만TEU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전반기는 한진해운 파산 이전의 해운산업 위상을 회복하는 데 주력했다면, 후반기에는 더 높은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며 “한국해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남은 계획기간 동안 해운정책들을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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