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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기주 손의연 기자] 경찰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감금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수사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정황이 확인됐다.
2일 국회 및 경찰 등에 따르면 이채익 한국당 의원(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은 지난달 28일 같은 당 엄용수·여상규·정갑윤·이양수 의원 등이 경찰 출석요구서를 받은 것과 관련해 경찰청에 수사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 패스트트랙과 관련해 제기된 고소·고발 사건의 진행 상황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이종배 한국당 의원은 수사 계획에 더해 조사 담당자 이름과 연락처, 조사 대상자의 명단 등 세부 사항이 담긴 자료를 추가로 요구했다.
문제는 이처럼 한국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같은 당 소속 이채익 의원 등이 수사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는 점이다. 소속 의원이 피의자인 상황에서 수사에 외압을 가하려는 의도로 비춰질 수 있다. 특히 이종배 의원의 경우에는 채 의원 감금사건에 직접 가담한 인물 중 한 명이라 향후 출석 통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피의자 신분의 국회의원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지적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영등포경찰서에서는 “국회의원의 자료 요청에 대해 경찰청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일선 경찰들은 이러한 의원들의 움직임이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토로한다. 한 경찰관은 “주요 사건에 대해 의원들이 수사 상황을 제출하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도 “의원 자신과 동료가 피의자인데 이를 보내라고 하는 것은 수사하는 경찰 입장에서 수사에 흠집을 잡으려는 것 아닌가 하는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여야는 지난 4월 말 국회에서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싸고 몸싸움을 벌이는 등 격렬하게 대치했다. 이후 여야는 상대 당의원에 대해 국회법위반과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무더기 고소·고발전을 이어갔다. 영등포경찰서는 현재 총 108명에 이르는 국회의원을 수사하고 있다. 이 중 자유한국당이 58명, 더불어민주당이 40명으로, 보좌관과 당직자 등을 포함한 전체 피고발인 수는 12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