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금지하던 태국까지 '합세', 아시아 카지노 전쟁

지난달 30일 G2E 아시아 싱가포르에서 열려
밥밀러 美 카지노협회 회장 “동남아 약진 돋보여”
싱가포르 2028년까지 9조원 투자
태국도 의회서 카지노 시설 건립 허용 의결
마카오도 10년간 19조원 들여 카지노 등 투자
  • 등록 2023-06-29 오후 6:58:55

    수정 2023-06-29 오후 9:55:56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아시아가 ‘카지노 전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식어가는 관광산업의 엔진을 다시 타오르게 할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일본은 오사카에 2030년에 카지노 포함 복합리조트(IR)를 열 예정이고, 나가사키도 IR 설립을 위한 추가심사에 들어갔을 정도로 적극적이다.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카지노산업 덩치키우기에 적극적이다. 마카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도 경쟁하듯 카지노 설립 또는 확장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그동안 도박을 금지해온 태국조차 카지노 합법화로 방향을 틀면서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을 정도. ‘굴뚝 없는 황금 산업’으로 불리는 카지노에 아시아 각국은 앞다퉈 규제를 풀면서 ‘올인’하는 모양새다.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카지노포함 복합리조트인 ‘마리나 베이 샌즈’(사진=강경록 기자)
엔데믹 후 아시아 카지노 패권 경쟁 ‘후끈’

“마카오의 올 1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넘어섰고, 싱가포르도 올해 예상 매출 전망치가 역대 최고였던 2018년보다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린 ‘글로벌 게이밍 엑스포 아시아 2023’(Global Gaming Expo Asia·이하 G2E 아시아)에서 미국카지노협회 회장이자 CEO인 밥 밀러는 아시아 카지노 산업이 몇년 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행사는 게임, 방송,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비롯해 카지노 산업계의 주요 개발 및 서비스사, 관계자들이 대거 참가한 카지노 산업에서 규모가 가장 큰 글로벌 행사였다. 2007년부터 매년 마카오에서 열렸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과 2021년에 행사가 취소되면서 지난해 8월 처음으로 싱가포르에서 열렸고 올해는 두번째로 열린 행사였다. 강원랜드 등 국내 카지노업계는 물론 전세계 카지노 관련 업체 100곳이 참가했고 6000여명의 관람객이 찾아 카지노시장의 최근 트렌드를 파악하는 등 행사장 열기도 뜨거웠다.

이번 행사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밥 밀러는 아시아 카지노산업이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며 각국의 유치 경쟁도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했다. 밥 밀러 회장은 “아시아 카지노산업은 지난해부터 빠른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동남아 국가들의 약진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아시아 카지노시장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도와 비교해 70~80%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 국가들은 팬데믹 이후로 관광객이 급증했고, 마카오 카지노시장이 쇠퇴하면서 반사 이익을 누렸다는 것이 밥 밀러의 분석이다.

실제로 동남아 카지노 시장이 성장세가 심상치않다. 카지노로 경제 성장을 꽃피운 싱가포르는 최근 90억 싱가포르 달러(약 8조8400억원)를 투자해 두 개의 대형 복합리조트인 마리나 베이 샌즈와 리조트 월드 센토사 확장 프로젝트를 2028년까지 추진한다. 동남아 카지노 시장이 예의주시하는 태국은 1년 전 특별위원회를 만들었고 최근 의회에서 카지노 시설 건립 허용을 의결했다. 카지노가 들어설 곳으로 유명 관광지들이 후보지로 거론된다. 푸껫, 파타야, 치앙마이, 끄라비, 치앙라이 등이다. 마카오도 재기를 노리고 있다. 6대 카지노 기업들이 지난해 12월 향후 10년간 마카오 현지에 1200억 파타카(19조 원)에 육박하는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에서 열린 ‘G2E 아시아’
‘큰손’ 中관광객 유치 위해 카지노는 필수

이같은 배경에는 코로나19가 장기간 범유행하면서 동남아 관광산업이 크게 무너졌기 때문이다. 관광산업 비중이 큰 동남아 일부 국가들이 관광산업 정상화를 위해 꺼내든 비장의 수가 바로 카지노산업이다. 거대한 중국 시장이 버티고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밥 밀러는 “중국은 아시아 카지노 산업에서 여전히 매우 중요한 핵심 시장”이라면서 “중국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다면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태국과 일본 등 신흥 카지노 시장에서는 중국 관광객이 필수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중국인들이 카지노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쓰는지 조사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다만 10년 전 한 홍콩 매체가 중국인들이 한 해 해외 카지노에서 쓰는 돈을 약 1000억 달러(110조)로 추산했다. 싱가포르 정부가 카지노 허용을 결정한 뒤 국회에 낸 보고서에도 “중국이 부유해지고 있는 만큼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데에는 카지노가 매력적”이라고 밝히기도 했을 정도였다. 그만큼 중국인 관광객은 아시아 카지노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방증이다.

펜데믹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카지노에서 쓰는 지출도 늘어나고 있다. 마카오 카지노 시장이 올해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그리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마카오 카지노 시장은 중국인 카지노 ‘큰손’들의 바로미터로 통한다. 실제로 마카오는 1분기 시장 예상치를 넘어서는 매출을 기록했다. 싱가포르도 심상치 않다. 지난 4월 카지노 매출도 전년 동월보다 449.0% 급증한 147억 파타카(2조 4300억 원)를 기록했는데 이는 시장 전망치(393% 상승)를 넘어서는 수치였다. 2020년 1월 이후 3년여 만에 월간 최대 매출이다. 올해 예상 매출 전망치가 역대 최고 기록이었던 2018년도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베트남의 그랜드 호 트람 스트립 카지노리조트의 최고경영자인 월트 파워는 “중국 시장이 코로나19로 인해 축소되긴했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에서 열린 ‘G2E 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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