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전기요금 적정수준보다 10% 낮아…탈원전 정답 아냐"

임원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전기료 추세적 상승"
전기委, 독립기구 역할 못해…전문성 갖춘 인사 필요
"전기료-원전감축 연관성 없어…원전 유지 활용해야"
  • 등록 2022-02-16 오후 4:21:01

    수정 2022-03-29 오후 2:03:07

[세종=이데일리 임애신 기자] “현행 전기요금은 원가에 비해서 5~10%나 낮은 수준입니다. 원자력 발전소를 추가로 짓진 않더라도 현재 구축됐거나 (건설이) 계획된 원전을 최대한 활용해 석탄 화력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임원혁(사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14일 이데일리와의 영상 인터뷰에서 “전기요금의 적정 수준과 실제 수준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진=KDI 국제정책대학원)


임 교수가 말하는 전기요금의 적정 수준은 전원 구성과 설비 투자가 효율적으로 이뤄진다는 전제 하에 이에 기초한 총괄원가를 회수할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한다. 그는 국제비교적인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은 저렴한 석탄화력과 원자력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이른다”며 “또 높은 고객 밀집도, 효율적인 송배전 설비로 인해 전기요금의 적정 수준이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원가 회수율이 101.1%였던 2017년에도 한국의 킬로와트시(kWh)당 전기요금은 125.1원으로 독일(389.2원), 프랑스(219.5원), 미국(216.0원), 일본(198.0원)보다 낮았다”며 “지난해에는 연료비 조정분이 전기요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현재의 전기요금은 적정 수준보다 약 5~10% 정도 낮다”고 덧붙였다.

향후 전기요금은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석탄 화력의 비중을 줄이는 상황에서 액화천연가스(LNG)와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크게 높인다는 가정에서 그렇다. 임 교수는 “전기요금의 적정 수준은 추세적으로 상승할 여지가 크다”며 “다만, 전기요금의 적정 수준에 맞춰 실제 수준을 조정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위원회 독립성 결여…“개편 필요”

임 교수가 전기요금 조정을 우려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2020년 12월 전기요금을 연료비에 맞춰 인상하거나 인하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유가 등 연료비가 올랐는데도 정부가 물가 안정을 내세워 전기요금을 제때 올리지 못하게 해서다. 현재 전기요금은 한국전력(015760)이 이사회에서 의결한 전기요금안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전기요금 및 소비자보호 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기획재정부 장관과 협의하고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는 절차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전기요금 결정 구조(자료=한국전력)


해외 주요국은 정부의 정책 목표에 따라 전기요금 결정이 휘둘리지 않도록 독립 규제기관을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에도 전기위원회가 있지만 산업부에 설치된 데다 그 역할이 안건을 심의만 하는 데 그친다. 인가나 최종 결정은 산업부 장관이 하는 구조다. 전기위원회 구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위원장을 포함한 9명 이내의 위원을 산업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 또는 위촉한다. 전기 관련 전문성이나 경험이 없더라도 전·현직 3급 이상 공무원, 판·검사 또는 변호사, 법률·경제·경영학 전공자로 부교수급 이상은 위원 자격을 확보하게 돼 있다.

임 교수는 “지금 같은 형태의 전기위원회는 독립성뿐 아니라 전문성과 책임성도 확보하기 어렵다”며 “폐지하거나 전면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원회를 산업부에서 분리해 전기·에너지부문 전반의 공정 경쟁과 사용자 권익 보호 사안을 결정하는 가칭 에너지위원회를 설립해야 한다”며 “위원이 전문성을 갖추도록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단순 심의·재정위원회가 아니라 의결 권한이 있는 위원회로 전환해 의사록 공개, 이해 상충 방지와 제척 및 처벌 조항 등을 둬 책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원전-전기료, 반비례 관계 아냐”

일각에서 탈원전 정책과 전기요금 인상을 한 선상에서 보는 것에 대해서는 기본 가정과 논리, 그 추정 결과에 문제가 있다고 일축했다. 그는 “전기요금 현실화의 통상적인 의미는 전원 구성, 전력거래제도, 시장 집중도 등 전력산업의 기본 구조에는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연료비 변동 등 사업자가 통제할 수 없는 비용 요인을 반영해 전기요금을 적정 수준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라며 “원전 감축 정책과 전기요금 조정은 연관성이 없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지난 5년 동안 원자력 발전 설비와 발전량은 오히려 늘어났기 때문에 탈원전이 실제 이행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 비리 및 안전 문제로 인해 추가 예방정비와 보수공사가 진행되면서 2017~2018년 원전 공급 비중과 이용률이 낮아졌지만 2019~2020년엔 상승세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9~2020년의 LNG 발전 대체 현상은 대부분 석탄발전 감소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 도출된 LNG 발전 단가를 활용해 원전 감축 효과를 추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등 보수성향 단체 회원들이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전기요금이 인상돼 피해를 보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원전 감축 정책은 말 그대로 원전 감축을 수반해야 한다”며 “실제로 원자력 발전 설비나 발전량이 줄었는지 확인해 본 후 원전 감축 이외의 요인에 의해 공급 비중이나 이용률의 변화가 생겼는지 검증하고 LNG 발전 대체 효과도 추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원전 유지 활용…“기술발전 고려해 정책에 반영”

최근 프랑스와 중국 등은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동시에 원전을 추가 건설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비용 효율화를 이룸과 동시에 환경 정책과의 조화를 위해서다. 임 교수가 제안하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은 원전 유지 기조를 채택하되, 원전보다는 석탄 화력 감축에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다.

그는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서는 화석연료 사용을 감축하는 한편 태양광·풍력·원자력·수력을 포함한 저탄소 에너지를 혼합 활용해야 한다”며 “향후 기술 진보와 국민 수용성 추이를 반영해 정책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미 확정된 원전 건설 계획은 예정대로 추진하면서 초기 단계인 탄소포집저장이용(CCUS) 기술, 상업성과 안전성이 향상돼야 할 에너지저장 기술, 원전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소규모 모듈 원자로(SMR) 등 관련 기술 추이를 파악해 중장기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는 얘기다.

유럽연합(EU)이 원전을 친환경으로 분류해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에 포함한 것에 대해선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봤다. 임 교수는 “EU는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 확보와 사고 저항성 연료 사용 등 단서 조건을 충족하는 원자력을 친환경으로 규정했는데 이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원자력은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 미세먼지 감축 등에 기여하지만 사고 발생 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친환경보다는 저탄소로 분류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한편 대선 후보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서는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임 교수는 “이재명 후보는 감(減)원전을 표방하면서도 신한울 3·4호기 재개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실용적인 접근을 취하면서 구체적인 에너지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윤석열 후보 정책에 대해선 “탈원전 백지화라는 구호는 있지만 에너지 정책의 구체적 내용이 불분명하고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와 같이 논리보다는 감정에 호소하는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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