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법 M&A 심사 강화되나…"새 네이버·쿠팡 못 나올 것"

국회 논의 당사자 될 야당, 이동주·박주민案이 중심
공정위 "야당案과 다르다"지만…"기본틀 대동소이"
공개반발↑…VC업계 "이제 누가 한국에 투자하겠나"
  • 등록 2023-12-21 오후 5:30:31

    수정 2023-12-21 오후 5:32:26

(그래픽=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정부가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 추진을 공식화한 가운데, 법안 논의의 한 축이 될 야당은 기존에 발의된 법안을 중심으로 정부·여당과 논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단일안 도출 과정에서 정부 안보다는 강한 법안이 나올 가능성이 대두된다. IT업계를 넘어 벤처캐피탈 업계에서도 공개적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된 플랫폼 관련 법안은 크게 박주민 의원 안과 이동주 의원 안이다.공정거래위원회는 지정 기준과 제재 수위가 민주당이 추진하는 안과 전혀 다르다는 입장이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공정위의 입장이 그대로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야당은 정부 발표를 환영하며 논의에 속도를 내자고 촉구하고 있다.

박 의원의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법’은 국내 주요 플랫폼 대부분을 규제 대상으로 한다. 구체적 규제 대상은 △시가총액 혹은 공정시장가치 30조원 △연평균 매출액 3조원 △월평균 이용자 수 1000만명 혹은 이용사업자 5만개에 모두 해당한 경우다. 이들 중 시장지배적 지위가 인정되는 경우 ‘시장지배적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돼 강력한 사전규제를 받는다.

야당, 정부에 “플랫폼법 환영…논의 속도내자” 요구

시장지배적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자사우대 △끼워 팔기 △멀티호밍이 제한되고 △데이터 이동·접근 제한 △최혜대우 요구 등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도 금지된다. 멀티호밍은 이용자가 한 플랫폼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거나 동시에 여러 플랫폼을 사용하는 현상을 뜻한다. 또, 매년 시장지배적 서비스에 대해 △사업개요 △불만처리 현황 △정보공시 현황 등을 담은 보고서를 공정위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금지규정을 위반한 것이 명백하고 공정위가 이용자에게 손해 확산이 우려돼 긴급하게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경우 서비스에 대해 임시중지 명령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또, 해당 법을 위반해 이용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엔 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는데, 고의·과실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경우만 배상 책임을 면제한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이데일리DB)
이동주 의원이 지난 2월 대표발의한 ‘온라인플랫폼시장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은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 지정 범위가 더 넓다. △연평균 매출 3조원 이상 혹은 시가총액 또는 공정시장 가치 30조원 이상 △활성이용자수 월평균 1000만명 이상 혹은 활성이용 사업자수 5만개 이상 중 하나에 해당할 경우 규제 대상이 된다.

시장지배적 플랫폼사업자로 지정된 경우 다양한 규제를 받는다. 세부적으로 보면 △플랫폼상 다른 앱의 접근 제한 △플랫폼 입점업체와 소비자 간 직접거래 제한 △멀티호밍 제한 △보복조치 등은 금지된다. 또 다른 규제 대상 조건에 해당하는 플랫폼과 합병을 하는 경우엔 공정위에 신고가 의무화된다. 신고 미비나 보복행위 등의 위반행위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다만 사업자가 △국내 시장 상당한 영향력이 없거나 △온라인 중개서비스를 운영하지 않거나 △소비자 접근 제한되는 지위에 해당한다는 것을 인정할 경우 지배죽 플랫폼 사업자 지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점에선 공정위가 준비 중인 플랫폼법과 유사하다.

“한국 스타트업 투자, 이제 정부만 할 것” 냉소

공정위는 관계부처와의 논의 과정을 통해 야당 법안과 크게 다른 정부 법안이 나올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IT업계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눈치다.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민주당안이 조금 더 세세한 것을 제외하고 어떤 큰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야당 안과 실제 다르다고 하더라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 결국 국회 다수당인 야당의 의견이 대폭 반영될 수밖에 없지 않겠나”고 지적했다.

실제 반발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디지털 플랫폼 스타트업에 투자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으로 키운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 공개적 반발이 터져 나온 것이다.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2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공정위 플랫폼법이 통과될 경우 우리는 더 이상 혁신 스타트업인 네이버나 배달의 민족, 쿠팡 같은 기업을 한국에서 목격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우리 테크 지형에 엄청난 ‘게임 체인저’가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당근마켓, 하이퍼커넥트, 네이버제트 등 한국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투자해 유니콘 신화를 만들어 창업 생태계를 키운 대표적인 VC 중 하나다.

이 대표는 “플랫폼법이 도입되면 IT산업과 스타트업 생태계의 경쟁력이 전체적으로 위축되고 오히려 외국 플랫폼 기업에게 반사이익을 얻게 해 결국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며 “스타트업에서 출발, 글로벌로 진출해 성장하는 네이버, 배민, 쿠팡 등 국내 테크 기업만 대상으로 무작정 고민이 덜 된 규제를 하면 누가 큰 그림을 보고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냐”고 반문했다.

실리콘밸리 기반의 알토스벤처스의 김한준 대표도 “온플법은 회사들이 어느 정도 커지면 더 제한을 받아야 하며 부담을 안기게 될 것이다. 작은 회사들이 새로운 쿠팡·배민·네이버·카카오가 되기 더더욱 힘들다”며 “한국에 투자하는 돈은 정부 돈만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온플법 적용은 국내 기업만 해당될 것으로 예상이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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