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강국인 일본에선 전자부품업체 무라타제작소가 최근 소형 전고체 배터리의 올 하반기 양산을 공언, 우선적으로 보청기 등에 채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점차 뜨거워 지고 있는 차세대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 업체들이 앞다퉈 기술 경쟁을 이끌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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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리튬황 배터리 테스트 최초… 기술력 입증
10일 LG화학에 따르면 이 회사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고고도 장기 체공 태양광 무인기(EAV-3)에 자사 리튬황 배터리를 탑재, 지난달 30일 성층권 환경에서 비행하는 시험을 진행했다. 해당 무인기는 고도 12km 이상 성층권에서 태양에너지와 배터리로 비행, 국내 최초로 고도 22km를 날아 최고 고도 비행기록을 갈아치웠다. 총 13시간 비행 중 7시간을 일반 항공기가 운항할 수 없는 고도 12~22km의 성층권에서 안정적인 출력으로 비행했다는 게 LG화학 측 설명이다. 국내에서 차세대배터리로 불리는 리튬황 배터리의 외부 테스트에 나선 건 LG화학이 처음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번 비행 테스트는 영하 70도의 낮은 온도와 대기압이 지상 대비 25분의 1수준인 진공에 가까운 성층권의 극한 환경에서도 차세대 배터리인 리튬황 배터리의 안정적인 충방전 성능을 확인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LG화학 미래기술연구센터 혁신전지 프로젝트팀은 지난 1년6개월간 성층권 환경과 유사한 극한의 환경을 재현해 리튬황 배터리 연구를 진행해왔다. LG화학은 향후 추가적인 리튬황 배터리 시제품을 생산해 수일 이상의 장기 체공 비행을 시연할 예정이다. 또 전기차용 리튬황 배터리도 오는 2025년 이후 양산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노기수 LG화학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은 “이번 비행 테스트를 통해 고 에너지 밀도의 차세대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입증했다”며 “향후 차세대 배터리 분야에 연구개발을 집중해 세계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더욱 공고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현대기아차와 협력하기로 한 SK이노베이션도 차세대 배터리 개발의 일환으로 리튬메탈 배터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리튬메탈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대비 에너지 밀도가 25% 높은 차세대 모델이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존 굿이너프 미국 텍사스대 교수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최소 8000억원의 연구개발(R&D) 투자가 예상되는 삼성SDI도 대부분을 5세대 모델 또는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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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무라타 “연내 소형 전고체배터리 양산”… 업계 “결과 지켜봐야”
내년에는 장시간 사용해야 하는 무선 이어폰 전용으로도 양산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라타제작소는 2017년 소니의 배터리 사업부를 인수하며 배터리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회사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의 4대 구성요소 가운데 하나인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꿔 안전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가 액체 전해질로 인해 화재 가능성이 큰 게 단점이었다면 전고체 배터리는 구성요소를 고체로 바꿔 화재 등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
국내에서도 배터리 3사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일본 역시 무라타제작소 외 FDK, 멕스웰 등의 전자부품업체들이 내년 이후를 목표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최종 전기차용(중대형) 배터리 개발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선 소형 배터리 개발 등에 있어선 일본의 행보가 활발하다.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있어 각사별 기준과 목표가 다른 만큼 양산에 있어서도 최종까지 가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며 “기초과학에 강한 일본업체들이 앞서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최근 우위를 보이고 있는 국내 업체들인만큼 차세대 배터리 시장 선점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