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위원장 "국가문제 된 기술유출…비형벌적 시스템도 갖춰야"

■인터뷰-이상원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
핵심기술 국외유출시 '최대 18년 권고' 상향
이 위원장 "거듭된 토론에 도시락 회의 진행"
"관계자 의견 쇄도…국민적 관심·우려 확인"
내달 16일 공청회 거쳐 3월 25일 최종 의결
  • 등록 2024-01-24 오후 3:22:49

    수정 2024-01-24 오후 10:01:39

[이데일리 성주원 백주아 기자] “기술침해범죄 양형기준안과 관련해 굉장히 많은 토론을 해야 했다. 예정에 없던 회의를 추가로 잡았는데 그것마저도 시간이 부족해 도시락을 먹으면서 진행했다.”

이상원(64·사법연수원 21기)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은 24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기술침해범죄 양형기준 초안이 의결되기까지 역대급 논의가 이뤄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양형위원회는 지난 8일과 18일 두 차례 전체회의를 통해 기술침해범죄 양형기준안 등을 심의·의결했다. 당초 계획상으로는 8일 회의에서 결론을 내려고 했다. 그러나 기술유출범죄에 대한 양형위원들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은 예상보다 많은 논의가 필요했다.

이상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국가법익 범죄로 성격 변해”…‘처벌 강화’ 공감대

이상원 위원장은 “기술은 하나의 지식재산권이고 기술유출은 지식재산권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개인적 법익의 문제”라면서도 “기술이 중요한 사회로 바뀌면서 단순한 개인적 법익을 넘어 사회·국가적 법익과도 연관성을 갖게 됐고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술유출에 대해 더 엄정하게 대처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당시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러나 얼마나 더 엄정하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위원들간 견해 차이가 있었다”며 “이 차이를 좁히는 과정에서 회의가 길어지고 많은 토론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추가 회의 날짜를 잡고 그것도 모자라 도시락 회의까지 진행한 끝에 양형위원회는 국가핵심기술의 국외 침해시 최대 18년까지 권고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기술침해범죄 양형기준안을 정했다. 가중 영역의 권고형량이 5~12년이고 특별 양형인자에 따라 1.5배까지 상향될 경우 최대 18년형을 선고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영업비밀 및 기술침해범죄가 대부분 초범에 의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 ‘형사처벌 전력 없음’을 집행유예 주요참작사유에서 제외하는 등 집행유예 기준도 강화했다. 그밖에 피해자(기업)의 투자·노력에 대한 부정취득 방지를 위해 특별가중인자의 범위를 확대했고 거래처·파견직원 등에 의한 유출 시에도 양형이 가중될 수 있도록 명시했다.

다양한 의견 접수…내달 공청회 후 최종 의결

양형위원회는 이번 기술침해범죄의 양형기준안 마련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회, 특허청, 경찰청, 재계 등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국가핵심기술의 유출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우려도 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위원장은 “최대한 합리적으로 기술침해범죄 양형기준안을 만들었지만 우리 산업계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한 것인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것인지 등을 계속해서 검토하고 살펴볼 것”이라며 “국민의 건전한 상식을 반영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양형기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그는 “처벌 강화만으로는 범죄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기술유출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적인 뒷받침이나 비(非)형벌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작업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형위원회는 다음 달 16일 공청회를 통해 국민 의견을 청취한 뒤 오는 3월 25일 130차 회의에서 기술침해범죄 등에 대한 양형기준안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형사법 전공)이기도 한 이상원 위원장은 제31회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사법연수원 수료 뒤 1992년 춘천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했다. 이후 수원지방법원·서울지방법원·서울가정법원 판사, 서울고등법원 판사(헌법재판소 파견) 등을 거쳐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냈다. 2008년부터는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자리를 옮겼고 한국경찰법학회장,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 대검찰청 인권중심수사TF팀장, 서울고등검찰청 영장심의위원장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 지난해 4월 제9대 양형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했다.

산업기술 등 침해행위 양형기준(자료: 양형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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