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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대학 특혜입학 논란으로 대한민국이 뒤집어지기 직전 태평양 건너 편 미국도 한동안 대학 입시제도 변경을 둘러싼 논란에 시끄러웠다. 미국 대학입학 자격시험인 SAT를 관리하는 비영리기구인 대학위원회가 시험 성적에 해당 학생이 사는 곳의 빈곤율과 범죄율, 부모 학력수준 등 15개 항목을 점수화한 `역경점수(Adversity Score)`를 반영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에서 공부한 학생에게 가산점을 주는 제도 개선안을 내놓으면서 석 달여 동안 찬반양론이 거셌던 탓이다.
지난해만 봐도 SAT를 치른 학생들 중에 백인들의 성적은 흑인보다 평균 177점, 히스패닉보다 133점이나 높았다. 집안에 돈이 많고 높은 교육을 받은 부모를 둔 이른바 `금수저`들이 그렇지 못한 또래보다 더 좋은 대학에 갈 확률이 훨씬 높다는 얘기다. 미 대학위원회는 이런 교육에서의 부(富)의 불평등 문제를 좌시하지 않고 어떻게든 격차를 줄이려고 한 것이다. 물론 `왜 누군가는 돈 없고 집안이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더 높은 점수를 받느냐`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역경점수 도입은 불발에 그쳤지만, 대신 대학위원회는 가계소득과 주거, 범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랜드스케이프(Landscape)`라는 요소를 도입해 대학 입학사정관이 응시학생들을 보다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보조지표를 제공하기로 했다.
조국 사태로 인해 모든 비리의 온상인 양 지적받는 학생부종합전형이지만 이는 과거 이명박 정부 이후 10년 가까이 보완에 보완을 거듭했고 지금도 완성을 향해 가고 있다. 이 참에 아예 학종을 폐지하자고 하지 않는 한 비교과 영역을 제외하는 식의 손질이 가능하겠지만 이 것만으로 국민들의 기대를 만족시키기는 미흡할 것이다.
그렇다고 2020년부터 30% 이상으로 늘리기로 한 정시 비중을 무작정 더 늘리기도 만만치 않다. 이미 수많은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친 2023학년도까지의 대입제도는 확정돼 있는데다 정시를 늘릴수록 대입 형평성이 높아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실제 최근 공개된 한국교원대 논문이 보여준 것처럼 자신이 사회적으로 상(上)층에 속하는 사람일수록 정시 확대를 선호하고 있고, 작년 서울대 시뮬레이션에서도 정시모집을 50%까지 늘리면 강남3구 출신 합격생이 두 배나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정치든 경제든 그 어떤 분야든 불평등과 차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적어도 교육이라는 단 하나의 영역만은 지극히 평등해야 한다는 게 우리 모두의 바람이고 원칙이다. 기회 의 평등과 사회적 격차 완화라는 목적지를 향해 이 배가 나아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