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사공 많은 대입제도 개편이 가야할 곳

조국 딸 특혜 논란에 또다시 도마 위 오른 대입제도
`학종유지`·`정시확대` 이해관계 따라 사공만 많은 꼴
교육만은 기회균등·사회격차 해소 지켜져야 할 영역
논란에도 SAT에 사회·경제적 배경 반영한 美 배워야
  • 등록 2019-09-17 오전 11:56:25

    수정 2019-09-17 오전 11:56:25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대학 특혜입학 논란으로 대한민국이 뒤집어지기 직전 태평양 건너 편 미국도 한동안 대학 입시제도 변경을 둘러싼 논란에 시끄러웠다. 미국 대학입학 자격시험인 SAT를 관리하는 비영리기구인 대학위원회가 시험 성적에 해당 학생이 사는 곳의 빈곤율과 범죄율, 부모 학력수준 등 15개 항목을 점수화한 `역경점수(Adversity Score)`를 반영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에서 공부한 학생에게 가산점을 주는 제도 개선안을 내놓으면서 석 달여 동안 찬반양론이 거셌던 탓이다.

지난해만 봐도 SAT를 치른 학생들 중에 백인들의 성적은 흑인보다 평균 177점, 히스패닉보다 133점이나 높았다. 집안에 돈이 많고 높은 교육을 받은 부모를 둔 이른바 `금수저`들이 그렇지 못한 또래보다 더 좋은 대학에 갈 확률이 훨씬 높다는 얘기다. 미 대학위원회는 이런 교육에서의 부(富)의 불평등 문제를 좌시하지 않고 어떻게든 격차를 줄이려고 한 것이다. 물론 `왜 누군가는 돈 없고 집안이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더 높은 점수를 받느냐`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역경점수 도입은 불발에 그쳤지만, 대신 대학위원회는 가계소득과 주거, 범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랜드스케이프(Landscape)`라는 요소를 도입해 대학 입학사정관이 응시학생들을 보다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보조지표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렇듯 전 세계 대부분 국가들 교육제도에 사회적 배경을 반영하고자 고민을 거듭하고 있고 이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을 피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도 조국 장관 딸 의혹 이후 국민적 압박이 거세졌고, 이에 정부는 대입제도 개편이라는 시급히 마무리해야할 숙제를 떠안게 됐다. 문제는 대입제도 개편의 방향이 어느 쪽이냐는 것이다.

조국 사태로 인해 모든 비리의 온상인 양 지적받는 학생부종합전형이지만 이는 과거 이명박 정부 이후 10년 가까이 보완에 보완을 거듭했고 지금도 완성을 향해 가고 있다. 이 참에 아예 학종을 폐지하자고 하지 않는 한 비교과 영역을 제외하는 식의 손질이 가능하겠지만 이 것만으로 국민들의 기대를 만족시키기는 미흡할 것이다.

그렇다고 2020년부터 30% 이상으로 늘리기로 한 정시 비중을 무작정 더 늘리기도 만만치 않다. 이미 수많은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친 2023학년도까지의 대입제도는 확정돼 있는데다 정시를 늘릴수록 대입 형평성이 높아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실제 최근 공개된 한국교원대 논문이 보여준 것처럼 자신이 사회적으로 상(上)층에 속하는 사람일수록 정시 확대를 선호하고 있고, 작년 서울대 시뮬레이션에서도 정시모집을 50%까지 늘리면 강남3구 출신 합격생이 두 배나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누구는 “이 참에 학종을 없애자”고 하고 또다른 이는 “정시 비중을 크게 늘리자”고 하며 아예 다른 부류는 “수시나 학종을 유지해야 다양한 인재를 뽑을 수 있다”며 제 각각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배는 하나인데 사공만 넘쳐나 배가 산으로 갈 판이다. 다만 중요한 건 사공이 많아도 배가 갈 곳만 분명하면 된다는 점이다. 역설적이지만 학종 폐지나 정시 확대, 수시 유지 등을 외치는 사공들 모두가 내세우는 명분은 공정성과 형평성이다. 수시와 학종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면 미국처럼 소외계층이나 빈곤계층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수단을 병행해야 한다. 정시를 늘려야 한다면 정시로 인한 사교육 부담이나 폐해를 최소화하는 보완책도 함께 강구해야 한다.

정치든 경제든 그 어떤 분야든 불평등과 차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적어도 교육이라는 단 하나의 영역만은 지극히 평등해야 한다는 게 우리 모두의 바람이고 원칙이다. 기회 의 평등과 사회적 격차 완화라는 목적지를 향해 이 배가 나아가길 기대해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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