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 살인' 여성·내연남, 무기징역 확정…대법 "인면수심"

도움주던 남성 재산 가로챌 목적, 몰래 혼인신고 후 살해
피해자 사망하자 수억대 재산·퇴직금·보험금 가로채
"배은망덕·인면수심 범죄…일말 죄책감도 안 보여" 질타
  • 등록 2018-11-29 오전 10:22:49

    수정 2018-11-29 오전 11:39:57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자신과 딸들을 극진히 보살펴주던 남성을, 니코틴 원액을 주입하는 수법으로 살해한 중년 여성에게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이 여성과 범행을 공모한 내연남도 무기징역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29일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송모(49)씨와 황모(48)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이 선고한 무기징역 판결을 확정했다.

송씨와 황씨는 2016년 4월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피해자 오모(당시 53세)씨 집에서 오씨를 수면제 일종인 졸피뎀을 투약해 잠이 들게 한 후 니코틴 원액을 주입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조사 결과 전 남편과의 이혼으로 두 딸을 홀로 키우던 송씨는 2010년 오씨를 처음 만나 교제하다가 2011년부터 오씨 집에서 함께 살았다.

지원 받으며 내연남과 범행 공모…사망 후 상조회사에 먼저 전화

송씨는 오씨를 만날 당시 수천만원의 빚을 갖고 있었고 2013년 법원에서 파산 면책 결정을 받을 만큼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오씨는 송씨 가족에게 지속적으로 경제적 지원을 했다.

하지만 송씨는 2015년 5월 마카오에서 황씨를 만나 내연관계를 맺었다. 황씨 역시 카드대금 등으로 신용불량자였고 뚜렷한 직업이나 수입이 없는 상태로 마카오나 강원랜드 카지노 등을 돌아다니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오씨가 주중엔 집을 떠나 충남 천안의 회사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점을 이용해 주중엔 경기도 양주의 한 아파트에서 함께 생활했다. 황씨는 송씨로부터 적게는 2만원, 많게는 600만원의 돈을 빌려 생활했다.

두 사람은 이 같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오씨의 재산을 가로챌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오씨가 오래전에 부모형제가 모두 사망해 가족이 없는 점을 이용해 수억원에 달하는 오씨 재산을 가로챌 수 있다는 계산에서였다.

송씨는 오씨 몰래 2016년 2월 혼인신고를 했고, 2015년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정신과병원에서 수차례 우울증을 이유로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처방받았다. 황씨는 2016년 4월 인터넷을 통해 순도 99%인 니코틴 원액을 구입했다.

송씨는 같은 달 오씨 자택에서 졸피뎀과 니코틴 원액을 오씨에게 투여했고, 오씨는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했다. 오씨가 사망을 확인한 후 송씨는 112나 119가 아닌 상조회사에 먼저 전화를 걸었다.

피해자, 쓸쓸하게 사망…친적·직장에 알리지도 않고 화장

아울러 오씨 사망 사실을 오씨 지인이나 직장 어디에도 알리지 않았다. 그는 빈소도 차리지 않고 별다른 장례 절차도 하지 않은 채 부검이 끝난 후 인도 당일 시신을 화장했다.

송씨는 오씨 사망신고 후 오씨 아파트 등의 재산 이전 등기를 곧바로 진행했다. 오씨가 다니던 회사엔 퇴직금 신청을 했다. 이들 재산 중 일부는 곧바로 내연남인 황씨 채무 변제에 사용됐다.

또 송씨는 보험회사들에 연락해 “남편이 자다가 죽었으니 보험 해지환급금을 지급해달라”고 요구해 수천만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오씨 집의 가구 등도 곧바로 폐기처분했다.

검찰과 경찰은 오씨 시신 부검 결과 비흡연자인 오씨 몸에서 치사량의 니코틴과 졸피뎀이 검출되자 수사를 벌여 송씨와 황씨를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혐의를 강력 부인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은 “송씨 스스로 피해자를 ‘나와 우리 딸들의 은인’이나 ‘남편’이라고 하면서도 피해자를 배신해 내연남과 피해자를 살해했다. 반인륜성의 비난의 정도가 매우 큰데도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도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반인륜적임에도 범행을 반성하기는커녕 일말의 죄책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배은망덕한 범행과 인면수심의 행태가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고 탐욕스러운 범법자에 의해 피해자 같이 생명을 빼앗기는 사태를 막기 위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1심형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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