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수석부총재 출신의 앤 크루거 스탠퍼드대 석좌교수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기준금리 인상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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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세계경제연구원과 우리금융그룹이 공동 주최한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앤 크루거 교수는 국내 언론들과 별도의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미국의 최종금리 수준이 내년 5.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은의 기준금리도 현재 3.0% 수준에서 더 올리지 않는다면 자본유출 위험이 확대될 것이며, 5%대 고물가에 대응하기 어렵단 주장이다.
크루거 교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보호무역주의가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현재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크루거 교수와의 일문일답.
-시장은 미국 최종금리가 5%대로 오를 것이라 보는데 합리적인지, 연준의 정책 전환 시점은 언제로 보는지 궁금하다.
△어떤 것도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미국 물가가 10%대인 만큼 최종금리는 5% 이상 되어야 한다고 본다. 인플레이션에 선제 대응하지 않으면 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다. 물론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등 물가 하방 위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미국 성장세가 견실하고, 특히 노동 시장도 강하기 때문에 임금 인상으로 비용 오르면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질 수 있어서 우선 대응해가야 한다.
-연준이 금리를 얼마나 올리게 될지에 대해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는데, 만약 5% 이상 금리를 올려도 미국 물가가 잡히지 않는다면 추가로 더 올려야 할까.
-달러 강세가 언제까지 갈 것이라 예상하나.
△달러 강세가 언제까지 갈지는 다른 주요국들의 경기 회복세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다른 통화에 비해 상대적 안전자산으로 미국 달러를 사들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파운드, 유로화 하락 등이 가속화될 때 달러가 오른 것을 봐도 그렇다. 또 인플레이션이 유지될지 더 올라갈지 등에 따라 강달러 추세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이 현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달러가 지금보다 더 크게 오르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은행은 작년 8월 이후 기준금리를 총 2.5%포인트 올려 3.0%로 인상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해 왔지만 그에 대해 옳고 그름을 평가하긴 어렵다. 지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3.0%이고, 인플레이션율은 5.7%라면 이는 불안정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마이너스 실질 금리는 좋지 않다. 한은의 금리 수준 아직 너무 낮다고 본다. 그러나 (앞으로 한은의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한은에 훌륭한 직원들이 많아서 너무 걱정하진 않아도 될 것 같다.(웃음)
-최근 한은은 환율이 물가에 줄 영향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원화 약세 방어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까.
△미국 기준금리 인상 폭을 감안하면 한은이 그동안 금리를 먼저 인상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자본유출 심했을 것이다. 한국 증시 상황이나 경제지표 등을 정확하게 알고 있진 않아서 세부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유럽과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올릴 때 다른 나라들이 따라서 올리지 않는다면 자본유출은 확대되고 유입은 줄어드는 상황이 나타날 것은 확실하다.
-금리 인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경기둔화 위험은 커지고 있다. 한국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어떻게 보나.
-한국 정부가 재정 긴축을 예고했는데, 이것이 물가와 경기에 줄 영향은 어떨지 이야기해달라.
△한국의 재정 긴축이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 또 민간소비나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한국 정부의 긴축 기조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변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한국엔 중국 성장세 변화가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이런 대외 요인과 정부의 재정 긴축 기조가 결합한 상황에서 어떻게 될지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이 현재 5%대로 높은 물가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정부도 재정 긴축을 해서 인플레이션 대응을 이어나가고 싶을 것이다.
-주요국이 보호무역주의 정책(IRA 등 포함)을 확대하면 한국에 주는 피해가 얼마나 클지 궁금하다.
△전기차 등을 포함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서 발표된 부분은 개인적으로 안타깝다고 본다.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우선 세계무역기구(WTO) 법상으로 보면 불법에 대한 의견이 분분할 수 있어서 두고 봐야 하지만 어쨌든 미국은 전기차 시장을 장려하고 보급을 넓히려는 의도이다. 두 번째는 미국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이 해당 된다. 수입차가 배제돼 불공정하며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미국 정부의) 예산 부족 문제도 있어서 보조금 영향이 생각보다 크지 않고 장기적 시행도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런 조치 때문에 많은 자동차 기업들이 미국 내로 전기차를 생산하러 들어가게 될 텐데 그때쯤이면 미국에서도 이 정책이 (단가를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의 이유로) 실패였던 것을 인지하고 철폐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보호무역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데 변화가 있을까.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 보호 무역주의로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큰 오산이다.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라고 한다. 제조업 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 찾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심지어 내가 어렸을 때도 제조업은 일하기 싫은 자리였다. 한국만 봐도 1950년대 보호 무역주의를 시행하다가 개방주의로 전환한 뒤에 기하급수적인 경제 성장을 이룩했다. 개인적으로 바라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금 상황이 얼마나 복잡한지 인지하고 보호무역주의의 장단점을 분석해 이런 정책을 선회하는 것이다. 이게 미국을 위해서도 전 세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자주의 무역 체계에 앞으로 어떤 변화가 더 있을까.
△불확실성 크다고 본다. 다만 이런 행보가 정당하다 보는 측면도 있는데, 우크라이나로 수출되는 드론 등 최첨단 기술이 탑재된 제품들은 국가 안보와 관한 것들이기에 어느 정도 통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선 군사력 증강만으로 역부족이고 기술로 선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크게 몇 가지 문제가 있다. 각 나라들이 자국 이익에 부합할 때만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할 수 있단 것이다. (다자주의) 개방 무역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미국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추진 등을 통해 노력하고 있고 유럽연합(EU)도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