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작년 3월 중국인 A씨는 자기자금 3억원에 전세 22억5000만원을 끼고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다가구주택을 25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2019년 4월 일본인 B씨도 자기자금 2억8000만원에 세입자 보증금 25억1500만원을 받아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고급빌라를 27억9500만원에 사들였다.
이처럼 외국인이 서울과 경기도에 있는 주택을 매입하면서 세입자의 보증금을 이용한 ‘갭투기’ 건수가 2019년 54건에서 2020년 217건으로 4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은 30일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주택자금조달계획서 세부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처럼 집계됐다고 밝혔다. 특히 작년 6월 이후 외국인들이 세입자의 보증금을 이용한 갭투기에 적극 나서면서 작년 6월부터 12월까지 월 평균 22.4건의 갭투기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인의 갭투기는 내국인의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보증금 반환 사고 위험이 높다는 게 소 의원의 지적이다. 외국인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고 해외로 도주했을 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작년 1월 충청남도 천안시에서는 미국인 집주인이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후 세입자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해외로 도주한 사례가 나왔다.
이에 소병훈 의원은 임대인이 외국인인 경우 보증금 반환이행을 보장하기 위해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재 보증금 반환보증보험 의무가입대상은 등록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등록 임대주택으로 제한돼 있다.
소병훈 의원은 “최근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대를 목적으로 한 부동산 매입은 물론, 세입자의 보증금을 이용한 갭투기도 증가하고 있다”면서 “법을 바꿔 집주인이 외국인인 세입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서 외국인 집주인의 해외 도주 시 국민의 재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