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지현 이영민 기자] “기초연금의 제도 도입 초기와 지금 현실은 다릅니다. 제도설계를 다시 해야합니다.”
박영란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지난 16일 서울 중구 통일로에서 이데일리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나이듦 좌담회’에서 기초연금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 조상미(왼쪽부터) 중앙사회서비스원장(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과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장, 박영란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가 이데일리 ‘대한민국 나이듦’ 기획 좌담회에서 기초연금 개선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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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은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의 가장 기본이다. 2008년 기초노령연금으로 도입된 후 2014년 기초연금으로 전환돼 노인 소득 하위 70%에 지급하고 있다. 2014년 매월 20만원씩 435만명이 받았지만, 현재 32만3000원씩 665만명이 받고 있다. 문제는 100% 세금으로 지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 예산은 2014년 6조9000억원이었던 것이 매년 늘어 올해 22조5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국민 3명 중 1명이 노인이 되는 2050년에는 소요재정만 125조4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소득 하위 70% 유지 시 재정지출은 현행 대비 약 6배나 많아진다.
전문가들은 곧 제도 도입 20년을 맞는 만큼 제도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박영란 교수는 “노인이 제도 도입 초기와 비교해 크게 늘었다”며 “그래서 일률적으로 올리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예산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지만, 수급자 대부분은 불만족스러운 상태다. 올해 평균소득자(286만원) 기준 소득대체율 보장 효과는 11.3%에 그치고 있다. 노인빈곤율은 37.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노인빈곤율 대비 약 3배나 높은 수준이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연금개혁과 병행해 현 세대 노인빈곤 완화를 위해 기초연금을 단계적으로 40만원까지 인상하는 연금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 인상시기와 인상방법은 국민연금 개혁과 연계해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 기초연금 재정전망 현황(표=보건복지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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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소득 하위 70% 기준 자체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14년 제도개편 당시 투입예산에 맞춰 설정했던 소득 하위 기준을 이젠 체계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연금 소득이 많은 노인이 대거 늘어 노인 단독 기준으로 매달 397만원의 소득이 있는 노인도 기초연금 수급 대상이 될 거라는 추산이 나온다.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장은 “조금 있으면 월 400만원 소득자도 기초연금 대상이 될 것”이라며 “이럴 거면 모든 노인에게 다 주는 게 맞다. 소득 하위 20~30%에 이르는 최저빈곤 노인에게 40만원을 주더라도 다른 이들에게도 단계별로 나눠 전 국민에게 줘야 한다. 부자들도 10만원이라도 받을 수 있게 해야 ‘평생 열심히 살아왔더니 국가가 돈을 주더라’라는 얘기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