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하드' 브루스 윌리스를 은퇴하게 만든 실어증이란?

본인이 하고 싶은 말 떠오르지 않는 등의 증상, 원인 질환 치료가 우선
  • 등록 2022-04-01 오전 9:23:06

    수정 2022-04-01 오전 9:23:06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영화 다이하드의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헐리우드 배우 브루스 윌리스가 최근 은퇴 발표를 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가 은퇴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실어증 진단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어증은 일종의 언어장애로 뇌 질환이나 뇌 손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뇌의 기능이 점차 퇴화하기 시작하는 고령층에서 흔히 발생하는 편이지만, 단순한 노화로 생각하고 질환을 방치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주의가 당부 된다.

실어증은 언어를 표현하거나 이해하는 능력을 상실한 상태를 말한다. 의식이 뚜렷하고 소리를 내는 기관에 특별한 이상이 없음에도 언어를 구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 해지게 되며 일상에서 큰 불편함을 겪게 된다. 실어증은 언어 구사 능력을 완성해 가는 단계인 5~6세 전후로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은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흔히 나타나는 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실어증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1,51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1,252명)보다 약 17% 증가한 수준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성별로 보면 남성 환자가 878명으로 634명을 기록한 여성보다 다소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환자 수가 750명으로 전체 환자의 약 절반을 차지했다.

실어증은 뇌 질환이 발생한 부위별로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전두엽에 자리 잡고 있는 브로카 영역은 언어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기능을 관장하는 언어 중추다. 이곳이 손상돼 발생하는 언어장애를 브로카 실어증이라고 한다. 브로카 실어증은 상대방의 말과 글을 이해하고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생각할 수 있지만 이를 표현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는다. 상대방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말하고 싶은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거나 자신의 의도와 다른 말이 나온다면 브로카 실어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대뇌의 좌측 반구에 있는 베르니케 영역은 의미 있는 청각 정보를 받아들일 때 이를 이해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이곳이 손상돼 발생하는 베르니케 실어증은 브로카 실어증과 다르게 언어를 표현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의미 없는 말을 나열하는 증상을 보인다. 일반인과 다르지 않게 말을 유창하게 하지만 대화 문맥상 전혀 관계없는 말을 자신도 모르게 하고 있다면 이른 시일 내에 검사를 받아 보는 게 바람직하다.

실어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사람마다 다양하게 나타난다. 대표적으로는 뇌졸중을 예로 들 수 있다. 실어증이 오랜 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게 아니라 정상적인 사람이 단시간에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 뇌졸중으로 인한 실어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또, 뇌 기능의 퇴화로 발생하는 치매 역시 실어증의 주요 인자가 될 수 있으며 뇌종양, 뇌염, 외상 등도 실어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란병원 신경과 권경현 과장은 “실어증은 뇌 기능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뇌와 관련한 다른 질환들이 동반될 수 있다”며 “치료를 빨리 시작할수록 긍정적인 예후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이를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생각해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어증을 일으키는 원인 질환에 대한 치료와 함께 약화된 언어 능력을 강화하는 재활 치료를 보다 증상의 호전을 기대해볼 수 있다”며 “부끄럽다 생각하여 병환을 숨기지 말고 적극적인 치료 의지를 갖는 게 환자 입장에서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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