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설비·건설 ‘트리플 하락’…경기지수, 외환위기 이후 ‘최악’(상보)

지난 2월 코로나19 사태로 휴업에 들어갔던 울산 현대자동차 수출 선적부두의 모습.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코로나19 확산 여파 등으로 생산·설비투자·건설 지표가 일제히 하락했다. 제조업 부진이 계속되면서 현재 경기가 과거 경제위기 수준으로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30일 ‘2020년 5월 산업활동동향(이하 전월대비)’에서 지난달 전산업생산이 1.2%, 설비투자가 5.9%, 건설기성이 4.3% 각각 감소했다고 밝혔다. 반면 소매판매는 4.6% 증가했다.

전산업생산은 광공업에서 6.7% 감소했다. 반도체는 10.8% 증가했으나 자동차(-21.4%), 기계장비(-12.9%)에서 감소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전월보다 4.6%포인트 하락한 63.6%로 2009년 1월(62.8%) 이후 11년 4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제조업 부진으로 재고율(재고/출하 비율)은 128.6%로 올라 1999년 8월(133.2%) 이후 21년9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서비스업 생산은 숙박·음식점에서 14.4%, 도소매에서 3.7% 증가했다. 내수가 살아나면서 소매판매 지표는 4월부터 2개월 연속으로 증가했다. 소매판매에서 의복 등 준내구재는 10.9%, 승용차 등 내구재는 7.6%, 차량연료 등 비내구재는 0.7% 각각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5월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운송장비에서 16.1%, 정밀기기 등 기계류에서 1.7% 투자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건설기성은 토목(-8.5%), 건축(-2.4%) 공사 실적이 줄어 전월보다 감소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8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2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세다. 지난달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6.5포인트로 1999년 1월(96.5) 이후 21년4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앞으로의 경기 상황을 전망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3포인트 하락해 4개월 연속 하락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소매판매는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반등했지만 제조업 지표는 4월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며 “현재 경기 상황이 우리 경제의 장기 추세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게 IMF와 비슷한 상황이다. 경기지수의 낙폭을 보면 IMF를 따라가지는 못하고 있고 금융위기 정도로 충격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