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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모노톤의 어두운 배경에 클래식 자동차 한 대가 빛을 내고 있다. 사진이려니 다가가 보면 그림이다. 그것도 유화가 아닌 수묵화다. 면으로 된 천 위에 단지 먹만으로 밝기를 달리해 그려낸 육중한 ‘기계’다.
동양화 기법으로 현대의 첨단기기인 고급 승용차와 역동적 거리풍경을 그려온 동양화가 장재록이 개인전을 열었다. ‘가속의 상징’ 전이다. 드로잉과 평면, 설치와 영상 등 20여점을 소개한다. 작품의 특징은 ‘자동차’로 대신 끄집어낸 현대의 욕망. 자동차는 페라리, 아우디의 최신 모델부터 클래식 벤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여기에 역설적으로 극사실적인 표현방식을 씌운 것이 작가의 장기다. 수묵화라기보다 사진처럼 정교한 이미지를 내보인다. 종이에 덧댄 백양목 같은 천에 짙은 먹부터 묽은 연묵까지, 먹물의 농담에 따라 연한 회색부터 짙은 검정까지 7단계로 색을 반복해 올린다. 덕분에 무채색 특유의 색감에는 정교한 입체가 생생하다.
“평면은 현실과 과거를, 설치와 영상은 내가 생각한 머지않은 미래에 대한 표현이다. 현 시대의 대표적 산물인 엔진이 미래 문화재가 될 것이란 의미를 뒀다.” 도시문명과 산업사회 한 가운데서 먹 묻힌 붓을 들고 선 작가의 말이다. 29일까지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 02-725-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