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재민 ‘뜻밖의 바위’(사진=학고재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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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풍경은 풍경인데 여느 풍경이 아니다. 먼 산이 무너질 듯 달려들고, 눈 덮인 땅과 얼어붙은 물이 튀어오르고. 풍경을 이루는 웬만한 요소는 다 들였지만 그래도 낯설다는 얘기다. 눈으로 본 게 아니라서다. 감성과 직관으로 끌어낸 거라서다.
짙은 서정이 뚝뚝 떨어지는 어느 겨울날의 이 전경은 작가 장재민(37)의 붓이 만들어냈다. 작가는 드문 풍경을 그린다. 풍경이 드물다는 게 아니라 그려낸 풍경이 드물다는 거다. 어느 한때 작가가 머물렀던 데서 경험을 수집해두고, 붓을 든 한순간의 선택으로 화면을 채운다고 했다. 풍경화라 할 때 마땅히 연상되는 고정된 의미를 지운 작업이다 보니 디테일한 묘사는 나올 틈이 없다. 작가는 “낯선 장소에서 겪은 낯선 경험을 에너지 삼아 작업한다”며 “그 낯선 환경에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담겼다”고 말했더랬다.
그 반응은 늘 ‘세다’. 붓질과 관련이 있다. 점성이 높은 물감을 아낌없이 짜내 굵은 붓으로 힘줘 긋는다는데. 그 묵직함을 이겨내지 못한 반추상 풍경이 훅 떨어지는 식이랄까. 낯선 곳에서 마주치는 ‘뜻밖의 바위’(Unexpected Rock·2015)처럼.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서, 2월 28일까지 온라인 학고재 오룸서 여는 소장품전 ‘38℃’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100×100㎝. 작가 소장. 학고재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