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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온통 푸른빛의 거리 위로 비가 내린다. 질퍽거리고 스산할 것 같은 분위기는 없다. 멀리서 바라본 탓에 얼굴도 제대로 알아볼 수 없는 사람들이 바삐 지나지만 왠지 푸근함이 전해진다. 서양화가 김정선은 원경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사실주의 회화를 추구한다. 하지만 단색조의 색상을 씌운 화면효과 탓에 되레 비현실적인 상상력을 키운다. 타인과 구분한 ‘나’를 관찰자로 내세운 시선이 강렬한 이유도 있다. ‘비하인드 블루-레이니 데이 1’(2016)은 푸른색을 뒤집어쓴 풍경화 답지 않은 풍경화다. 그리스 산토리니섬의 어느 곳이라는데 직접 찾아간다고 해도 절대 못 찾아낼 전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