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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거대한 손잡이가 먼저 눈에 띈다. 저 몸통을 잡아 밀거나 당기면 문이 열릴지도 모르겠다. 비행기에서나 볼 법한 유리창이 달린 저 문이 열리면 이내 하늘과 구름이 손에 닿을 거고. 그렇다면 여기는 비행기 안인가. 그런데 아닌가 보다. 찬찬히 눈을 돌리니 다른 윤곽이 잡힌다. ‘여행가방’이다.
‘치환된 밀도 2 신 2’(2020)란 작품명의 여행가방엔 비행기 전경을 담았다. 끝을 모르는 작가의 무한상상력이 사적인 여행가방을 통해 공적인 세계를 해체하고 다시 구축한 거다. 여행의 감상을 버리고 도시의 현실을 보란 뜻인가. 그래도 버릴 수 없는 여행가방의 꿈은 남겼다. 결국 누구나 자신의 세상을 품고 산다는. 여행가방의 크기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