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대체 뭘 했나`…또 국회 못넘은 양육비 채무자 제재법안

여가위 법안소위, 양육비 이행 강제 법안 처리 무산
양육피해 부모들 "여가부, 관련부처 설득 실패한 탓"
여가부 "관련부처와 계속 협의 진행중…갈 길 멀어"
양육비 대지급제도 시행도 어려워…한부모가정 시름
  • 등록 2019-07-03 오전 7:11:00

    수정 2019-07-03 오전 7:11:00

지난 1월 1일 오전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양육비 해결모임’(양해모) 회원들이 삭발하는 강민서 대표 뒤로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를 제재하는 내용이 담긴 이른바 양육비 이행 강제 법안이 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양육비 피해자 부모들은 여성가족부가 관련부처를 설득하지 못해 법안이 무산됐다고 비판했다. 해당 법안이 통과하지 못하면 정부가 양육비를 대신 지급하는 양육비 대지급제 시행도 어려워 한부모 가정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양육비 채무자 제재 법안 또 무산…“여가부, 관련 부처 설득 실패해”

지난 27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 법안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채무자에 대한 제재 방안이 담겨있다. 구체적 내용에는 채무자 동의 없이 △금융정보 제공 △인적사항 공개 △출금 금지 및 운전면허 정지 요청 △감치 결정 시 경찰 출동 의무 △미지급 시 형사 처벌 등이다.

양육비 채무자에게 제재를 가하는 법안이 발의된 이유는 양육비 이행률이 저조해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 가정의 고통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한부모 가정 10명 중 7명은 양육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여가부 산하 양육비이행관리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양육비 지급 이행률은 △2016년 36.9% △2017년 36.6% △2018년 32.3%였다. 또 작년 여가부의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78.8%가 양육비 채무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고 심지어 단 한 차례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가 73.1%에 달했다.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한부모 가정의 시름이 깊은 상황에서도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이유로 여가부가 관련부처를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민서 양육비해결모임 대표는 “여가부가 양육비 관련 법안 통과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12월부터 부처들과 법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얘기했지만 막상 법안소위가 열린 모습을 보니 전혀 협의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여가위 법안소위 회의록을 살펴보면 여가부가 관련 부처인 경찰청과 법무부 등과 법안에 대해 충돌하는 부분이 많았다. 회의록에 따르면 먼저 양육비 채무자가 감치 결정을 받으면 경찰이 출동하는 내용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양육비는 민사 사안으로 공권력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란 의견을 냈다. 특히 현장 경찰관들이 감치 집행을 할 때 저항이 있고 문제가 생기면 출동 경찰관이 책임을 져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어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도 “양육비 미지급 확보를 위해 출국을 금지하는 조치는 출입국관리법상의 출국 금지 사유 및 입법취지에 반하고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명단 공개 부분도 채무자가 죄질이 중한 성범죄나 고액 국세 체납 등과 같은 정도로 볼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법안 마다 여가부와 관련 부처들이 충돌하자 일부 의원들은 “여가부가 법무부와 경찰청을 설득하지 못한 거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여가부 관계자는 “법무부, 경찰청과는 이미 수십 차례 협의를 진행해오고 있는데다 법안소위도 하나의 협의 과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며 “여가위 통과만 능사가 아니고 법사위 등도 남아 있고 해당 법안은 쟁점 사안이 많아 충분한 협의를 거치면서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2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울먹이는 ‘양육비해결모임’ 강민서 대표(오른쪽)를 위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재 없이 대지급제도 시행 어려워…“여가부 앞 시위도 계획”

아울러 이번에 양육비 채무자 제재 법안의 통과가 무산되면서 양육비 대지급제의 시행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다. 이는 정부가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국가에서 그 부모 대신 양육비를 지급하는 제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에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를 시행하려면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제재부터 선행해야 하는데 연간 2600억원 상당의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여가부가 발간한 대지급제 도입 내용이 포함된 ‘양육비 이행지원 강화방안’ 연구 용역에 따르면 정부가 추정한 한해 양육비 대지급 수당 지원대상자 10만 6000여명에게 최저 양육비 수준인 20만원을 매달 지급하면 약 2537억원이 필요하다.

여가부 관계자는 “양육비 대지급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선 채무자에 대한 구상권을 보장받는 게 우선이 돼야 해 먼저 채무자에 대한 제재 법안이 통과되는 것이 우선”이라며 “대지급제 시행에 엄청난 예산이 필요한 만큼 당장 추진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민서 양해모 대표는 “비양육자들은 제재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지만 양육부모와 아이들은 양육비로 꿈을 포기해야 한다 “미지급자들은 지금도 도망 다니고 우리의 시름은 깊어지는데 정부와 국회가 무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어 “3일 오전에는 관련 법안이 통과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종로구 보신각에서 양육비 피해자 20여명이 모여 타종식도 열 계획”이라며 “계속해서 법안 통과가 미뤄지면 여가부 앞에서 시위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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