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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밤하늘에 걸린 별, 가시 없는 나뭇가지와 잎. 부드러운 선과 면이 마치 푹신한 담요를 눈앞에 둔 듯하다. 손끝을 내밀어 만져보고 싶은 감촉이 먼저 보이지 않나. 그런데 참 의외다. 이 순한 장면을 만들어낸 작가가 주로 관심을 기울이는 주제가 ‘도시 외로움’이라니.
그나마 ‘기척’(2018)은 썩 희망적이다. 누군가가 다가선 신호니까. 밤하늘을 비추든 싹을 틔우든 가지를 내든 말이다. 장지에 색을 올린 작품이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적당히’가 편안하다. 얼핏 눈에 띄는, 연필로 작업해 스케치처럼 남긴 디테일은 ‘적당히’에 얹은 덤이라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