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외로운 도시생활 중 잠시 꿈틀했다…채효진 '기척'

2018년 작
밤·달·구원자·새·집·빈공간 등 소재로
홀로 존재하는 것에 대한 동질감 표현
  • 등록 2020-02-07 오전 12:35:00

    수정 2020-02-07 오전 12:35:00

채효진 ‘기척’(사진=유중아트센터)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밤하늘에 걸린 별, 가시 없는 나뭇가지와 잎. 부드러운 선과 면이 마치 푹신한 담요를 눈앞에 둔 듯하다. 손끝을 내밀어 만져보고 싶은 감촉이 먼저 보이지 않나. 그런데 참 의외다. 이 순한 장면을 만들어낸 작가가 주로 관심을 기울이는 주제가 ‘도시 외로움’이라니.

작가 채효진은 도시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고독·아쉬움·공허 등을 화면에 옮긴단다. 밤과 달, 구원자와 새, 집과 텅 빈 공간 등을 소재로 삼아 세상에 홀로 존재하는 어떤 것에 대한 동질감을 표현한다는 건데. 지극히 사적인 기억과 감각을 더해, 대체로 평온하지만 가끔은 불편한 풍경을 최대한 담백하게 풀어낸다고 할까.

그나마 ‘기척’(2018)은 썩 희망적이다. 누군가가 다가선 신호니까. 밤하늘을 비추든 싹을 틔우든 가지를 내든 말이다. 장지에 색을 올린 작품이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적당히’가 편안하다. 얼핏 눈에 띄는, 연필로 작업해 스케치처럼 남긴 디테일은 ‘적당히’에 얹은 덤이라고 할까.

11일까지 서울 서초구 방배로 유중아트센터서 여는 ‘2019 유중 신진작가 공모전 장려상 채효진 개인전’에서 볼 수 있다. 장지에 채색. 72.7×60.3㎝. 작가 소장. 유중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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