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기업, 중국시장 포기 말라…문화수출로 활로 찾아라"

[인터뷰]리웨이 中장강상학원 교수
"중국 1인당 GDP 1만달러 시대 서비스 수요 많아져"
"코로나 사태 후 중국인들 의료, 건강, 운동 등 관심"
"韓 엔터테인먼트 강해…中진출 상황 좋아질 것"
  • 등록 2020-04-23 오전 5:00:00

    수정 2020-04-23 오전 5:00:00

사진=장강상학원 제공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한국 기업들에게 중국 시장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중국 시장은 여전히 중요하고, 아주 많은 기회가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한·중 관계도 좋아질 것입니다. 중국 정부는 고용을 창출하는 외국기업을 차별 없이 함께 지원해줘야 합니다.”

중국 최고의 사립 경영전문대학원인 장강상학원(CKGSB)의 리웨이(李僞·56·사진) 교수는 22일 이데일리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CKGSB는 아시아 최고 부호인 홍콩 청콩그룹의 리카싱 회장이 설립한 경영대학원으로 마윈 알리바바 창립자 등 중국 내 유명 사업가들을 여럿 배출했다. 리 교수는 미국 버지니아대 다든 경영대학원 교수 등을 역임한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다.

리 교수는 “중국의 1인당 평균 국내총생산(GDP)이 이제 1만달러가 됐다”며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사람의 욕구는 서비스에 대한 수요로 바뀐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중국인들은 의료 서비스나 보건, 운동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BTS 등을 보면 알 수 있듯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강하다.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한 한국 기업이 중국에 기기를 수출하는 것뿐 아니라 문화를 수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정 소득 수준에 다다른 중국인들은 한국의 드라마, 화장품 등을 원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이후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은 여전히 어렵다. 이에 대해 리 교수는 “이 부분은 코로나19 이후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도 변하고 있다”고 했다.

리 교수는 중국 정부 역시 한국을 비롯한 외자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국내 기업이든 외국 기업이든 관계없이 이들이 고용 효과를 내고 있다면 보조해줘야 한다”며 “현재 중국에서는 고용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사진=장강상학원 제공
다음은 리웨이 교수 일문일답.

-중국 경제가 1분기에 뒷걸음질 쳤다

△중국의 장강경영대학원(CKGSB)이 조사하는 중국 민영중소기업의 단기 경기 상황을 반영한 ‘경기상황지수’(BCI)는 공식 GDP 지표보다 하락폭이 더 컸다. 공식 수치는 전기 발전이나 수로 공급 등 기초적인 사업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런 것들은 어떻게든 제공해야 되고, 계속 가동해왔다. 코로나19는 서비스업에 큰 영향을 줬으며 중소 민영기업이 입은 타격이 가장 컸다. BCI는 올해 1분기 작년 동기대비 약 15% 하락했다. 공식발표는 마이너스(-) 6.8%였다. 두 숫자는 모순되지 않는다. 같은 흐름이다. 이 두 수치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이 3월의 변화다. 2월과 비교해서 3월에는 공업, 제조업 등이 명확하게 증가세를 보였다. 조업재개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덕분이다. 공업·제조업의 조업재개율은 평균 80~90%이며 일부 지역은 90%가 넘는다. 서비스업도 거의 조업을 재개했다. 서비스업들은 1분기에는 압력이 컸지만 4월에 비교적 높은 증가 폭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중국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꺼낼 카드는?

△4월~5월 대규모 인프라 건설을 추진할 것이다. 날씨도 딱 맞다. 만약 중국에서 코로나19 2차 유행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건설 현장도 모두 재개할 것이다. 그러면 투자는 늘어날 것이고, 소비도 정상으로 회복될 희망이 있다. 수출은 좀 어려울 것 같다. 중국은 서비스업의 영향이 비교적 크고 다른 부분은 이제 큰 문제가 없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우리는 중국 경제를 연구하면서 중국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 상황을 보고 있다. 올 하반기 중국에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할 것인가도 관건이다. 현재 모두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 특효약을 찾고 장기적으로는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2차 유행이 없기를 희망하는데, 아주 현실적이진 않다. 이 병의 전염성이 워낙 강하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이 종식된 것은 대부분 사람들이 면역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만약에 다시 대유행이 온다면 우리는 또 격리나 봉쇄 같은 엄격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이런 정책은 전염병 방역에는 아주 효과적이었지만 경제에 살상력이 너무 크다.

-중국 경제가 V자형 회복할까?

△그렇다. 항공편이 줄어들면서 현재 국가와 국가 간의 인적 교류가 없어졌다. 무역은 사람과 사람 간 교류로 이어져 온 것인데 단기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지만 이것이 장기화된다면 관계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만약 2분기에도 정상으로 회복하지 못한다면 3분기와 4분기도 예전처럼 성장하기 어렵다. 그러면 올해 우리는 2~3% 성장을 달성하는 데도 압박이 커진다. 제로(0) 성장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물론 심지어 역성장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우리의 BCI를 볼 때 중국의 민영경제는 올해 역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정부가 코로나 대응 잘하고 있다고 보나?

△중국이 내놓은 코로나19 관련 정책은 매우 많고, 아주 세밀하다. 통화정책, 금융 및 재정정책 외에도 지방정부가 소비쿠폰을 발행하는 등 중국이 꺼내든 도구는 다른 그 어떤 나라보다 많다. 이는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 때문이다. 언제 어떤 형식으로 조업을 재개해야 하는지까지 중국 정부가 관여하는 부분은 아주 많다. 중국의 조업 재개가 계속 이어지고 2차 유행이 없다면 중국 경제는 천천히 회복될 것이다. 그러나 다시 전염병이 나타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경제 회복을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다시 유행이 오지 않길 바래야 한다. 코로나19가 재유행한다면 중국의 경제 회복은 모두 물거품이 된다. 다시 문을 닫고 격리를 해야 하는데 이것이 매우 머리 아픈 일이다. 중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들이 빨리 검사를 진행하고, 면역력이 있는 사람을 구분 짓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이 병에 걸렸다고 말하길 두려워한다. 정책적인 것 외에 이런 공포감과 불확실성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들은 조업 재개나 대규모 투자, 고용 등을 원치 않을 것이다. 그러면 실업률은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 3월 중국 정부가 발표한 도시지역 실업률은 5.9% 수준으로 그렇게 높지 않다. 하지만 농민공(농촌 출신 빈곤층 노동자)을 봐야 한다. 농민공이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소득이 줄어 가계 소비도 늘어나지 못할 것이다. 중국 부양책에는 소비를 자극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런 것은 단기적인 효과를 줄 뿐이다. 장기적으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인민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인민은행은 이미 지급준비율 인하 등을 통해서 은행에 있는 돈을 시중으로 보내고 있다. 실물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다. 우리가 주시하고 있는 점은 사실 민간 이율이 높다는 것이다. 민간 기업, 중소형 기업들은 여전히 대출이 아주 어려운데 중소기업들을 도울 수 있는 지가 중요하다. 일시적인 경제 위기로 중소기업의 도산을 불러와서는 안된다. 이들은 한번 도산하면 돌아올 비용이 없다. 중앙은행은 이들의 대출 상환을 연장해주고, 새로운 대출로 이들이 유지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코로나로 중국 정부가 약속한 2020년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것) 사회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양회 개최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본다. 이 샤오캉 사회 목표를 위해서는 올해 5.5% 이상의 성장을 해야 하는데 현재 기본적인 상황으로는 매우 어렵다. 양회는 중국 정부에 있어 매우 중요한 회의인 만큼 열려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19 통제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 베이징 내에서 조건이 갖춰진 후 열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베이징의 방역은 비교적 잘되고 있다. 5월 중순에는 열릴 가능성이 크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시장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외자기업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 확실히 문제다. 정책적으로 이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국내 기업이냐 외국 기업이냐가 아니라 고용 상황을 봐야 한다. 대주주가 누군지가 아니라 이들이 고용 효과를 내고 있다면 보조해줘야 한다. 현재 고용은 중국에서는 가장 중요한 문제다. 올해 수백만 명의 졸업생이 배출된다. 경제가 4~6% 성장할 때는 이들이 일자리를 찾을 수 있지만 그 아래로 떨어지면 취직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과거에 우리가 고속성장에 관심을 뒀다면 이제는 고용 문제를 봐야 한다.

-한국 기업은 중국에 컨텐츠를 수출하고 싶지만 사드 사태 이후 사실상 어려워졌다.

△이 부분은 코로나19 이후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이 일본을 보는 태도가 달라졌다. 일본 정부와 민간이 중국에 많은 기부를 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도 변화고 있다. 나는 한국 기업들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중국 시장은 여전히 아주 중요하다.

리웨이 교수는?

△중국 장강상학원(CKGBS) 경제학·금융학 교수 겸 장강 사례연구센터 주임 △세계은행 고문 △미국 미시간대 경제학 박사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MBA) 조교수(전) △미국 버지니아대 다든 경영대학원 교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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