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드레아스 에릭슨 ‘세마포어 지리산’(사진=학고재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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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하늘·구름·나무·계곡, 이 모두가 엉켜 있는 이곳은 ‘산’이다. 그런데 그저 산이라 할 수만은 없을 듯하다. 한국의 ‘지리산’이니까. 그것도 북유럽 스웨덴 작가가 그린 지리산이니까.
작가 안드레아스 에릭슨(44)이 화폭에 담은 한국의 산은 지리산만이 아니다. 가리왕산·한라산·설악산도 있다. 비슷한 듯 다른 물과 땅, 나무를 옮겨냈다. 사실 작가가 이들 산을 직접 다녀보고 그린 것은 아니란다. “전시·제작장소에 따라 작품명을 다는데 이번에는 한국산을 검색해 이름을 정했다”고 했다. 결국 2000년대 초부터 머물며 작업한다는, 스웨덴 북부 시네쿨레산 숲에서 찾아낸 이상향이란 얘기다.
‘세마포어 지리산’(2019)은 태피스트리 드로잉으로 시작한 반추상 풍경화. 세마포어는 두 깃발을 사용해 서로 메시지를 보내며 소통하는 일을 말한다. 바로 산과 산이 소통하고, 산과 사람이 소통하는 연결성이 작가의 테마인 거다. 색과 율동성이 압도적인 화면. 보이는 형상에 매이기보다 대자연의 보편적 진리를 좇았기에 가능했을 거다.
11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하이 앤 로우’, 청담동 학고재청담서 여는 개인전 ‘인 비트윈스’에서 볼 수 있다. 회화와 조각, 태피스트리 회화와 판화 등을 나눠 총 45점을 걸었다. 아시아서 여는 첫 개인전이다. 캔버스에 오일·아크릴·계란-오일템페라. 195×240㎝. 작가 소장. 학고재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