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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해양과학자인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은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의 원전 오염수 배출 결정에 대해 이같이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13일 내각회의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결정했다. 방출 준비에 최대 2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2023년 본격적으로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의 반발에 대해 “해양에 방출하기 전에 삼중수소 외의 방사성 물질이 환경 배출 기준을 밑도는 농도까지 정화 처리한다”며 “한국 연안에 도달하는 동안 삼중수소는 점점 감소하고 확산·희석 효과에 의해 한국 연안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바다, 극히 제한적으로만 연구…바닷속 흐름 알수 없어”
김 원장은 이와 관련해 “바다에 엄청난 양의 물이 있는 만큼 오염수가 방출될 경우 농도가 낮아지는 건 분명하다”면서도 “인류가 아직 바다에 대해 아는 것이 매우 적다. 함부로 ‘안전하다’고 장담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전 다핵종제거설비(ALPS) 재처리를 통해 삼중수소를 제외한 나머지 방사능 물질을 제거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원전 오염수로 인한 영향은 여전히 알 수 없다”며 “일본이 20년 이상 해양 방류를 하겠다고 밝힌 만큼, 오염물질이 우리바다에 축적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바닷속에서 아직 우리가 모르는 프로세스로 오염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같은 불확실성이 일본 원전 오염수 배출에 있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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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일본 정부의 원전 오염수 방출에 대비해 자체적으로 해류 흐름을 관측할 수 있는 장비를 도입해 내년부터 운영해 오염수 영향 예측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역할은 해양과학기술원이 맡게 된다.
해양과학기술원은 원전 오염수 내 방사능 물질의 국내 해역 유입여부, 유입시기 및 농도 등 오염수가 우리 해역에 미치는 영향을 최단시간 내에 과학적으로 분석해 공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일본 오염수 방출 전 관련 장비의 고도화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김 원장은 “보다 정확한 예측을 위해선 방출 오염수의 농도, 양, 시기 등의 구체적 조건을 알아야 한다”며 “계절, 바람, 온도, 방출량 등에 따라 해류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오공학 해양생물에 접목해 새로운 상품 창출”
김 원장은 “극지방과 심해 등 다양한 바다에서 사는 생물들은 그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다양한 물질들을 함유하고 있다”며 “바이오공학을 해양생물에 접목해 민간에 필요한 신상품들을 창출할 수 있고 수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심해에 대한 연구가 가능해지면서 수많은 바다 생물로부터 유용한 물질을 얻을 기회를 갖게 됐다”며 “이렇게 바다 생물에서 추출한 물질들은 이미 실생활에서 의약품이나 화장품 등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최근엔 정부출연연구기관도 과거의 기초연구에서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는 기대가 많다”이라며 “해양과학기술원도 국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 약력
△서울대 생물교육과(해양학 부전공) △서울대 대학원 해양학과 석사 △뉴욕주립대 박사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자원연구본부장 △한국해양연구원 선임연구본부장 △국제해저기구(ISA) 법률기술위원 △한국해양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