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미지의 세계…日원전 오염수, 어떻게 안전 자신하나"

[만났습니다]①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 인터뷰
"바다 극히 일부만 연구…피해 가능성 완전 배제 어렵다"
"불확실성 가장 큰 우려…정확한 정보 있어야 예측 가능"
  • 등록 2021-04-21 오전 6:00:00

    수정 2021-04-21 오전 6:00:00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세종=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바다에 대해선 누구도 정확히 모릅니다. 우리가 아는 지식도 바다에 대한 극히 일부분일 뿐입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원로 해양과학자인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은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의 원전 오염수 배출 결정에 대해 이같이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13일 내각회의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결정했다. 방출 준비에 최대 2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2023년 본격적으로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의 반발에 대해 “해양에 방출하기 전에 삼중수소 외의 방사성 물질이 환경 배출 기준을 밑도는 농도까지 정화 처리한다”며 “한국 연안에 도달하는 동안 삼중수소는 점점 감소하고 확산·희석 효과에 의해 한국 연안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바다, 극히 제한적으로만 연구…바닷속 흐름 알수 없어”

김 원장은 이와 관련해 “바다에 엄청난 양의 물이 있는 만큼 오염수가 방출될 경우 농도가 낮아지는 건 분명하다”면서도 “인류가 아직 바다에 대해 아는 것이 매우 적다. 함부로 ‘안전하다’고 장담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전 다핵종제거설비(ALPS) 재처리를 통해 삼중수소를 제외한 나머지 방사능 물질을 제거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원전 오염수로 인한 영향은 여전히 알 수 없다”며 “일본이 20년 이상 해양 방류를 하겠다고 밝힌 만큼, 오염물질이 우리바다에 축적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해류순환 모델을 연구한다고 하지만 대부분 표층 해류에 국한됐다”며 “이마저도 큰 흐름만 알뿐 국지적 패턴은 알 수 없다. 더욱이 깊은 바닷속에서의 흐름은 아직 연구가 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닷속에서 아직 우리가 모르는 프로세스로 오염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같은 불확실성이 일본 원전 오염수 배출에 있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한 시민이 지난 13일 도쿄 총리공관 앞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에 항의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AFP)
실제 일본 원전 오염수 방출 시 국내 해안 본격 유입시기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앞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세계의 여러 해양기관들은 우리나라 근해에 본격 유입되는 시점을 5~6년 정도로 분석했지만 단정하긴 어렵다.

정부는 일본 정부의 원전 오염수 방출에 대비해 자체적으로 해류 흐름을 관측할 수 있는 장비를 도입해 내년부터 운영해 오염수 영향 예측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역할은 해양과학기술원이 맡게 된다.

해양과학기술원은 원전 오염수 내 방사능 물질의 국내 해역 유입여부, 유입시기 및 농도 등 오염수가 우리 해역에 미치는 영향을 최단시간 내에 과학적으로 분석해 공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일본 오염수 방출 전 관련 장비의 고도화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김 원장은 “보다 정확한 예측을 위해선 방출 오염수의 농도, 양, 시기 등의 구체적 조건을 알아야 한다”며 “계절, 바람, 온도, 방출량 등에 따라 해류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오공학 해양생물에 접목해 새로운 상품 창출”

해양바이오를 비롯해 해양화학, 해양물리 등 바다에 관한 모든 연구를 수행하는 해양과학기술원은 최근 해양 자원의 산업화를 적극 추진 중이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해양바이오 분야다.

김 원장은 “극지방과 심해 등 다양한 바다에서 사는 생물들은 그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다양한 물질들을 함유하고 있다”며 “바이오공학을 해양생물에 접목해 민간에 필요한 신상품들을 창출할 수 있고 수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심해에 대한 연구가 가능해지면서 수많은 바다 생물로부터 유용한 물질을 얻을 기회를 갖게 됐다”며 “이렇게 바다 생물에서 추출한 물질들은 이미 실생활에서 의약품이나 화장품 등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최근엔 정부출연연구기관도 과거의 기초연구에서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는 기대가 많다”이라며 “해양과학기술원도 국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 약력

△서울대 생물교육과(해양학 부전공) △서울대 대학원 해양학과 석사 △뉴욕주립대 박사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자원연구본부장 △한국해양연구원 선임연구본부장 △국제해저기구(ISA) 법률기술위원 △한국해양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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