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어느 날 대파꽃 운명이 아팠다…최석운 '화조도'

2020년 작
'웃픈 현실' 풍자해온 '익살의 그림꾼'
문득 와닿은 '자연의 경외·위로' 옮겨
꽃 피면 버려진 '대파꽃' 나무로 그려
  • 등록 2021-03-04 오전 3:20:00

    수정 2021-03-04 오전 3:20:00

최석운 ‘화조도’(사진=갤러리나우)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시대의 풍속화가’ ‘익살의 그림꾼’이 변했다. 사람, 또 그들의 이야기가 최우선이던 작가의 붓이 자연으로 떠났으니. 10여년간 한 번도 눈을 준 적 없던 작업실 앞마당, 그 속에 핀 꽃·나무, 그 위에 내려앉은 새·나비가 비로소 보였다는 거다. “나무에게 미안했고 자신에게 창피했다”고 했다.

작가 최석운(61)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껏 작가는 일상의 ‘웃픈 현실’을 천연덕스럽게 풀어내는 데 탁월한 기량을 발휘했더랬다. 그런데 어느 날 ‘없던 자연’이 민낯으로 들이닥쳤다는 거다. 얼마나 큰 경외인지, 얼마나 큰 위로인지 뒤늦게 깨달았다는 건데.

‘화조도’(2020)가 그중 하나다. 수많은 꽃 중 하필 대파꽃인 데도 이유가 있단다. 대파는 꽃이 피면 버려지는 운명이란 걸 알게 되면서다. 가슴이 찌릿했고, 밭에 남은 대파를 수거해 봄부터 늦여름까지 내내 그렸다고 했다. 1년생 풀이 아니라 단단한 나무로 더욱 튼튼하게.

꽃·새 그림을 뜻하는 전통의 ‘화조도’가 이렇게 현대의 표현법을 입은 것도 특별하다. 하나도 겹치지 않는 알록달록한 색감, 정교한 듯 자유로운 묘사는 그대로 가져왔다.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언주로152길 갤러리나우서 여는 개인전 ‘낯선 자연 낯선 위로’에서 볼 수 있다. 한지에 아크릴. 101.5×149㎝. 작가 소장. 갤러리나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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