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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시대의 풍속화가’ ‘익살의 그림꾼’이 변했다. 사람, 또 그들의 이야기가 최우선이던 작가의 붓이 자연으로 떠났으니. 10여년간 한 번도 눈을 준 적 없던 작업실 앞마당, 그 속에 핀 꽃·나무, 그 위에 내려앉은 새·나비가 비로소 보였다는 거다. “나무에게 미안했고 자신에게 창피했다”고 했다.
작가 최석운(61)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껏 작가는 일상의 ‘웃픈 현실’을 천연덕스럽게 풀어내는 데 탁월한 기량을 발휘했더랬다. 그런데 어느 날 ‘없던 자연’이 민낯으로 들이닥쳤다는 거다. 얼마나 큰 경외인지, 얼마나 큰 위로인지 뒤늦게 깨달았다는 건데.
꽃·새 그림을 뜻하는 전통의 ‘화조도’가 이렇게 현대의 표현법을 입은 것도 특별하다. 하나도 겹치지 않는 알록달록한 색감, 정교한 듯 자유로운 묘사는 그대로 가져왔다.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언주로152길 갤러리나우서 여는 개인전 ‘낯선 자연 낯선 위로’에서 볼 수 있다. 한지에 아크릴. 101.5×149㎝. 작가 소장. 갤러리나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