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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MWC23이 오는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다. 코로나19 이전에는 10만 9,000여 명이 방문했으나 지난해엔 6만 1,000여 명에 그쳤는데, 올해는 70% 이상 회복할 전망이다. 지난해엔 183개 국가에서 1,900여 개 기업이 참여했다.
미·중 기술 전쟁으로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2023에 참여하지 못한 화웨이, ZTE, 아너, 샤오미 등 중국 기업들이 어느 정도의 첨단 기술력을 보여줄지도 관심이다. 유럽인 10명 중 7명은 중국산 휴대폰을 쓴다.
에릭슨, 노키아, AWS, 보다폰, 라쿠텐 등 참여
가장 민감한 것은 미국 정부가 중국의 5G 인프라 장악력을 견제하기 위해 미는 ‘오픈랜(Open-RAN, Radio Access Network·개방형 무선접속망)’이다. 어느 정도 상용 기술이 개발됐는지, 기존 통신 업계와 소프트웨어·클라우드 등 컴퓨팅 업계 간 합종연횡이 관심이다. 오픈랜은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정한 ‘MWC23 5대 아젠다’에도 포함됐다.
오픈랜은 네트워크 운용체계(OS) 등 핵심 소프트웨어(SW)를 개방형 표준으로 구축하는 기술이다. 통신 장비나 서비스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지금은 코어 장비부터 기지국까지 화웨이면 화웨이, 에릭슨이면 에릭슨으로 통일해야 하지만, 오픈랜 세상에선 서로 다른 회사 제품을 섞어 쓸 수 있다.
에릭슨, 노키아 같은 전통적인 유럽 통신장비 회사들뿐 아니라 미국 컴퓨팅 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AWS)도 전시에 나섰다. 델 테크놀로지스, HPE도 각국 통신사와 글로벌 협력에 나서고, 미국 디시네트워크, 일본 NTT와 라쿠텐, 영국 보다폰 등 오픈랜 상용화를 추진 중인 통신사들도 참여한다.
SKT·KT도 클라우드 접목 차세대 지능망 전시
국내 통신사들도 오픈랜과 같은 맥락인 클라우드와 접목된 차세대 5G 통신기술을 전시한다. 클라우드 네이티브다. SKT는 기지국, 코어, 단말 등 인프라 전반에 AI와 클라우드 기술을 적용해 성능을 높인 지능망과 전력절감 기술이 적용된 인프라를 전시한다. KT는 프라이빗 5G 서비스와 아마존웹서비스(AWS)를 결합해 글로벌 서비스를 강화한 ‘기업전용 5G 코어 on Cloud’ 기술을 전시하고, LG유플러스는 전시는 없으나 현지에서 델 테크놀로지스의 오픈랜 플랫폼을 기반으로 국내에 시험망을 구축하기로 MOU(양해각서)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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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에서도 소프트웨어 잘하는 빅테크 영향력 커질 것
백은경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디지털사회혁신 PM은 “AT&T는 코어망은 거의 AWS에 맡기는 형국인데 이제 오픈랜이 액세스망까지 들어오면서 SW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일본 통신사 라쿠텐은 VM웨어와, 삼성전자는 레드햇과 제휴하는 등 통신에서도 SW를 잘하는 빅테크들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통신은 국가의 안전과도 직결돼 자국 기술로 해야 하는데, 국내 통신 3사가 뭉쳐도 물량이 적어 글로벌 오픈랜 표준화를 주도하기 쉽지 않다. 적극적인 글로벌 협력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MWC 개막을 일주일 앞둔 지난 21일(현지시간), 도이치텔레콤(독일)·오렌지(프랑스)·텔레콤이탈리아(이탈리아)·텔레포니카(스페인)·보다폰(영국)은 오픈랜 성숙도와 보안, 에너지 효율성 개선에 공동으로 노력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 사이버 보안기관이 정의한 EU 5G 인증 체계와 GSMA 보안 체계에 오픈랜 기술을 포함하라고 건의했다.
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KB금융지주 사외이사)는 “미국과 중국의 문제로 CES에 참가하지 못한 중국 기업들이 이를 갈고 있다”며 “이번 MWC23에서 중국 기업의 기술력을 확인해볼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