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화양연화, 지금…감만지 '옥수수밭에서 비밀스런 데이트'

2017년 작
노인초상 즐겨 그리며 인간에 대한 연민 좇아
외양과 일상…볼록판화인 콜라그래피로 제작
  • 등록 2020-01-14 오전 12:35:00

    수정 2020-01-14 오전 12:35:00

감만지 ‘옥수수밭에서 비밀스런 데이트’(사진=유중아트센터)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쉿!” 소리는 없어도 들린다. 입단속을 시킬 만큼 조심스러운 일이 있나 보다. 끈 달린 모자를 깊이 눌러쓴 노인의 비밀스러운 행보. 어디로 가는 중인가. 누굴 만나나. 팔에 걸린 비닐봉지까지 궁금하다. 한쪽에 삐죽 솟은 가느다란 풀 한 포기가 거친 밭 한가운데라는 걸 짐작케 할 뿐.

결국 힌트는 작품명에서 나왔다. ‘옥수수밭에서 비밀스런 데이트’(2017)라고. 작가 감만지는 노인의 초상을 즐겨 그리는 신진작가다. 계기가 있단다. 어릴 때부터 함께한, 가장 소중한 존재였다는 할아버지가 병상에 눕게 되면서부터라고.

깊이 패인 주름, 구부정한 어깨, 앙상한 팔다리를 보며 인간에 대한 연민을 좇기 시작했다는데. 외양뿐만 아니라 일상까지 살필 만큼 애정을 기울였고,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다’라는 인생철학에까지 닿을 정도가 된 거다.

굵직한 선, 거친 바탕 등 얼핏 목판화 느낌이나 콜라그래피로 제작한 작품이다. 종이·헝겊·나뭇잎 등 사물을 배치하고 잉크를 칠해 찍어내는 볼록판화 기법이다.

19일까지 서울 서초구 방배로 유중아트센터서 여는 ‘2019 유중 신진작가 공모전 장려상 감만지 개인전’에서 볼 수 있다. 콜라그래피. 78×54㎝. 작가 소장. 유중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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