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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 건수는 검증 의뢰 중 검증을 완료한 건수만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 공사비 갈등을 겪고 있는 곳은 더 많은 상황이다. 특히 공사를 요청한 발주처가 계약서상 특약으로 요청한 ‘물가변동 배제특약’ 등의 조항으로 인해 공사비 갈등 사례는 더 많아졌다. 물가변동 배제특약이란 시공사가 착공 후 물가변동으로 추가 공사비가 들어도 발주처에 요구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 변호사는 “국토부에서 민간 공사 현장에 대해서도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어 혼란스러워지면서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소송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자 정부도 표준계약서를 도입했다.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란 조합과 시공사 간 분쟁을 최소화하고 신속한 사업 추진을 지원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다. 그 동안 공사비 조정에 건설공사 물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소비자물가지수 변동률을 적용해 왔는데, 국가계약법에 따른 지수조정률 방식을 활용하도록 해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을 현실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조계에서는 공사비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를 적극 활용하도록 노력하되, 이를 쓸 수 없을 때는 또 다른 특약을 함께 넣거나 사정변경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전재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정비사업 분야 최신 동향 및 실무상 쟁점’ 세미나에서 “코로나19 또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해 급격한 물가변동이 발생한 것은 통상적으로 예견하기 어려운 현저한 사정변경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사정변경은 법률 행위의 전제가 된 어떤 상황이 존재하지 않았거나 변경, 소멸한 경우에 효력을 그대로 적용하면 상대에게 부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계약의 내용을 수정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김예림 변호사 역시 “민간 주체간의 계약에 있어 정부나 지자체에서 표준계약서 사용을 강제하기는 어렵다”면서 “전쟁 등의 예외적인 상황의 경우 물가변동 배제 특약을 무효화 할 수 있는 또 다른 특약을 동시에 추가하는 것은 가능하다. 공사비 갈등을 최대한 방지하려면 사전에 계약서를 꼼꼼하게 작성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