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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무겁게 내려앉은 시간을 짊어진 깊이. 이 풍경을 만든 젊은 작가 허수영(32)은 정통회화를 고수한다. 캔버스와 물감으로 보이는 그대로를 그려내는 회화 본연의 자세를 취한 거다. 동명 연작 중 한 점인 ‘숲’(2016)도 다르지 않다. 사실적인 붓질로 같은 장면을 중첩하고 반복해 완성했다. 한 장소에 매일 찾아가 옮기고 옮겼다. 풍경은 풍경인데 신비를 쓴 추상처럼 보이는 건 그 덕분이다. 그럼에도 원근법은 자신만의 방식이다. 먼 곳이나 가까운 곳의 모든 대상에 고르게 힘을 쏟는다. 멀리 있다고 가까운 주제·소재의 희생으로 삼지 말 것, 원래 그 자리에 놔둘 것. 너무 정직해서 이젠 아주 특별해 보이는 그리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