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진 ‘분홍바다’(사진=이유진갤러리) |
|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한국화단에는 거의 없다는 ‘초현실주의’. 무의식 세계 혹은 꿈의 세계를 표현하는 20세기 예술사조 말이다. 하지만 이 화면을 보면 딱 ‘이거다’ 싶다. 작가 정수진(53)이 ‘괴물’이라 지칭하고 펼쳐놓은 별의별 세상 말이다.
작가는 오래전부터 ‘혼돈과 무질서의 나라에 살고 있다’는 괴물에 관심을 가졌더랬다. 사실 정숙하게 정리한 게 그렇고, 작업을 할 때 뭔가 규정할 수 없는 모든 형상을 싸잡아 괴물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덕분에 목표가 생겼다, 그들 괴물에게 질서를 부여하겠다는 생각, 좀더 구체적으로는 형상을 빼내고 색을 입혀 눈에 보이는 실체로 꺼내놓겠다는 작업.
‘분홍바다’(Pink Sea·2021) 역시 그중 한 점이다. 탁하게 일렁이는 포말 위로 큰 눈들이 보이고, 알에서 깨어난 듯한 생물체가 공중에서 폭발하고 파도에 둥둥 떠다니는 지난한 풍경 말이다. 그렇다고 막연한 건 아니란다. 어차피 세상의 형상(형상계)은 관념이나 이미지로 존재하는 거고, 중요한 건 사물의 존재가 아니라 그 사물을 바라보는 수많은 관점이니. 결국 그 관점 중 작가가 믿는 진실을 뽑아 알리려 했다는 얘기다.
22일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77길 이유진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전지적 작가 시점이 존재하는 형상계’에서 볼 수 있다. 리넨패널에 오일. 30.48×40.64㎝. 작가 소장. 이유진갤러리 제공.
| 정수진 Egg Shells on the Table, 2021, 30.48x30.48cm, Oil on linen panel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