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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에 대한 국산 애니메이션 편성규제를 유지해야 하는지, 아니면 이제는 폐지해야 하는지 논란이 뜨겁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애니메이션의 방송사 의무편성 규제를 경쟁제한적 규제로 보고 관련 법안 폐지를 추진 과제로 정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지상파방송사(KBS·MBC·SBS)와 종합편성채널(jtbc, TV조선, 채널A, mbn)은 매년 전체 방송시간의 1% 이상을, EBS는 0.3% 이상을 국산 신규 애니메이션으로 편성해야 합니다.
이는 방송법에 근거(국내제작 방송프로그램의 편성비율)가 있지만, 구체적인 것은 방송통신위원회 소관인 ‘방송프로그램 등의 편성에 관한 고시’에 담겨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방통위에 이달 초 ‘애니메이션 편성규제(쿼터제)’를 폐지할 것을 주장하는 공문을 방통위에 보냈습니다.
이제 ‘애니메이션 쿼터제’ 문제가 경쟁 당국에서 전문 규제기관으로 옮겨온 것이죠. 그런데 공정위와 달리 방통위는 규제 폐지에 사실상 반대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공정위, 애니메이션 쿼터제 폐지해야
방통위, 국산 애니메이션 고사 우려
하지만, 방통위는 당장 국산 애니메이션 편성규제를 푸는 건 무리라는 입장입니다. 방통위 담당자는 “경영난에 처한 지상파 방송사가 1년에 10~20억 원 아낄 수 있게 하자고 애니메이션 업계를 고사시킬 순 없지 않느냐”고 하더군요. 그는 “해당 작품이 VOD나 OTT로 유통되기 위해서라도 방송사에 의무편성돼 인기를 끌어야 한다”며 “설사 공정위 주장대로 폐지한다 해도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를 위한 재정 투입 등이 필요한데 갑자기 공문을 보내 빨리 답변을 달라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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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를 최대한 풀어 시장 경쟁을 활성화해야 하는 공정위와 방송플랫폼 규제 정책을 통해 국내 콘텐츠 산업 육성을 해야 하는 방통위의 존재 이유가 ‘애니메이션 쿼터제’를 둘러싸고 이견으로 분출된 게 아닌가 합니다.
애니메이션 업계도 아직은 지상파 방송사의 판권료가 제작사 매출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쿼터제가 폐지되면 줄도산할 것으로 걱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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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제작도 융합으로
하지만 애니메이션 업계도 애니메이션 쿼터제 축소에 대비해야 할 듯합니다. 2006년 스크린쿼터제가 365일 중 146일→73일로 축소됐지만, K-한류를 이끄는 영화계처럼요.
애니메이션 업계에 돈과 아이디어가 흐르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지 않은가 합니다.
당장 폐지하면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어려워지니, 정부로부터 사업권을 허가(승인)받는 방송사에 의무적으로 틀라고 강제할 순 있지만 계속해서 기존 방송사에 의존할 순 없죠.
이런 가운데 첫 시작을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이라는 유튜브 콘텐츠에서 출발해 자체 방송국(PP)인 캐리TV를 만들고, 국산 애니메니션 ‘캐리앤송 뮤직박스’까지 만든 캐리소프트의 사례는 미디어 융합 시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새로운 길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시도가 더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