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부엉이 1호·2호는 관계고민 중…한충석 '같은 곳을 바라보다'

2019년 작
동물로 대신한 불편한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
친밀함·거리감 동시 취하는 모순적 심리묘사
  • 등록 2019-12-26 오전 12:35:01

    수정 2019-12-26 오전 12:35:01

한충석 ‘같은 곳을 바라보다’(사진=유중아트센터)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나무둥치 위에 다소곳이 올라가 있는 저 둘은 ‘부엉이 1호’와 ‘부엉이 2호’다. 커다란 눈 안에 호기심을 잔뜩 담은 모습 하며 순해 보이는 외형까지, 모자지간이라 할 만큼 빼닮았다. 하지만 이보다 눈에 띄는 건 이들이 향한 ‘방향’이다. 나란히 한 곳을 응시하는 우연 혹은 의도.

작가 한충석(38)은 인간관계를 회화로 표현하는 작업을 한다. 그런데 그게 좀 독특하다. 몸보단 마음, 편안함보단 불편함을 드러내니까. ‘불편’이 그렇듯 직접적인 묘사보단 간접적인 묘사를 즐기는데. 사람보단 동물을 자주 데려다 놓고, 심각한 장면보단 유머러스한 장면을 내보이는 식이다. 일종의 방어기제라고 할까.

특히 하얀 부엉이는 작가가 친밀하게 여기는 소재. ‘고슴도치 딜레마’를 말하기에 적절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친밀하길 원하면서도 적당한 거리를 두려는 모순적인 인간심리 말이다. ‘같은 곳을 바라보다’(2019)가 그중 한 점. 캔버스가 아닌 광목천에 물감을 수십번 입혀,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의 깊이를 색감으로 스미게 했다.

27일까지 서울 서초구 방배로 유중아트센터서 여는 개인전 ‘찬란한 고독’에서 볼 수 있다. 광목천에 아크릴. 53×45.5㎝. 작가 소장. 유중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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