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새 20%에서 -50%로…못 믿을 해외부동산 공모펀드

[개미 잡는 부실 공정가치]
수익률 플러스였는데 하루만에 원금 반토막
원인은 운용사에 유리하게 고르는 ‘가짜 공정가치’
펀드 자산 가치 평가 실제 시장가와 괴리 심각
개인투자자는 만기돼야 진짜 자산가치 인지
  • 등록 2024-02-16 오전 4:00:00

    수정 2024-03-04 오전 8:47:44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김형일 기자]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의 공정가치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아 개인 투자자들이 날벼락을 맞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펀드 수익률이 계속 플러스라 손실이 났을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 날 마이너스로 뚝 떨어지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펀드 자산 가치 폭락으로 만기 청산 시 손실이 불가피할 상황에서도 실제 시장가격과 괴리가 큰 공정가치평가 가격을 기준으로 수익률을 내다보니 생기는 현상이다. 그러다 펀드에 담아놓은 건물을 매입가에 비해 훨씬 낮은 가격에 매각하면 손실로 인식하는 식이다. ‘가짜 공정가치’로 인해 정보력 및 대응력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은 앉아서 당하는 수밖에 없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하루 아침에 폭락한 펀드, ‘가짜 공정가치’에 투자자 쇼크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 9-2호(미래에셋맵스9-2호)’는 지난해 11월10일 펀드 수익률이 -51.01%로 폭락했다. 직전 일자인 같은 달 9일까지만 해도 22.34% 수익 구간으로 평가되고 있던 펀드가 하루 만에 대규모 손실 상태로 바뀌었다. 펀드가 소유한 자산을 사들였던 금액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에 매각하게 되면서 매각 가격에 따른 수익률이 반영됐다. 미래에셋맵스 9-2호의 자산은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내 오피스 4개동으로, 6년 전 펀드 설정 시점의 매입 가격은 8억5000만 달러(지난 2016년 환율 기준 9786억원)였다. 그러나 고금리 여파 및 미국 상업용 부동산(CRE) 시장 조정으로 오피스 가격이 하락하면서 지난해 말 5억8000만 달러(약 7500억원대)에 매입가 대비 20% 낮은 수준에 매각하게 됐다.

주목할 점은 대규모 원금 손실을 낸 펀드가 매각가 반영 직전까지 평균적으로 20%대 수익 구간으로 평가받고 있었다는 점이다. 수익률 괴리가 발생한 원인은 해당 공모펀드 운용사인 미래에셋운용이 기재한 자산 가격이 실제 오피스의 시장 거래 가능 가격과 상당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운용사가 펀드에 적용한 자산 기준 가격이 실제 가격 대비 거품이 상당했던 셈이다.

가치가 크게 하락한 오피스들을 높은 가격으로 책정해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현행 제도상 ‘공정가치평가’의 맹점이 있다. 현행법에 운용사가 원하는 가격을 내부 논의만 거쳐 공정가치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 감사원 등을 충분히 확충해 객관적인 평가를 하지 않아도 크게 법제도상 제재 수단이 없는 셈이다.

집합투자기구인 부동산 공모펀드는 자본시장법 및 시행령에 규정된 ‘집합투자재산의 평가 및 기준가격 산정’ 규정을 따른다. 자본시장법 제 238조에 따르면 집합투자업자(운용사 등)는 신뢰할만한 시가가 없는 경우 ‘대통령으로 정하는 공정가액’으로 평가하도록 하고있다. 여기서 대통령으로 정하는 공정가액이란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 가 자본시방법 시행령 제 260조 2항에서 규정하는 ‘기준(취득가, 거래가, 채권평가사 등 제3자평가 가격)’을 고려하여 평가하는 가격이다.

문제는 이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가 운용사에서 자체적으로 꾸리는 위원회라는 점이다. 국내 공모펀드들의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는 통상 해당 운용사의 평가업무 담당자 및 리스크관리본부장 등 대체로 내부 인사들로 구성한다. 취득가나 거래가격, 제3자 평가액 중에서 펀드 손실을 가릴 수 있는 유리한 가격을 골라 채택해도 무방한 상황이다. 미래에셋맵스 9-2호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제 3자 평가액이라 하더라도 운용사 위원회는 얼마든지 원하는 가격을 고를 수 있는 실정이다. 고객사 눈치를 보는 감정평가사들이 평가 의뢰에 현실적인 가격 산정을 할 유인이 높지 않아서다.

한 자산평가회사 관계자는 “금융사에 불리할 수 있는 가격을 주면 다음부턴 그 평가사를 안 쓴다고 보면 된다”며 “평가사 입장에선 현실적인 가격을 책정해 제출할 유인이 없을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집합투자재산평가기준에 따라 독립적인 평가기구를 통해 연 1회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며 “특히 해외부동산의 경우 현지 감평기관으로부터 평가기준일 시점 객관적인 자산가치를 산출 받아 국내회계법인이 상증세법에 따라 평가하기 때문에 운용사가 임의로 가격을 선택하거나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당사는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라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에서 해외부동산 관련 명확한 평가기준 및 주기를 정해 모든 해외부동산펀드에 일관되게 적용하여 평가해 오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른 공모펀드도 마찬가지...제2·제3의 미래에셋 펀드 사태 줄줄이 대기

펀드 자산 가치가 폭락한 다른 공모펀드들 역시 동일한 방식의 공정가치평가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국내 공정가치평가 제도가 느슨해 거품 낀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탓이다. 운용사들은 펀드 투자자들 유치 및 유지를 위해 수익률 포장 차원에서 최대한 손실 반영을 미루려 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제2, 제3의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 펀드가 될 후보군이 줄줄이 대기 중인 셈이다. 운용사들의 공정가치평가 관행이 개선되지 않으면 대부분의 공모펀드 개인 투자자들은 만기 청산 시점이 도래해서야 자산의 ‘진짜 가격’과 손실 대금을 날벼락처럼 마주하게 될 처지다.

한 미래에셋맵스9-2호 투자자는 “(손실이 나기 직전까지)미래에셋운용은 계속 손실 금액이 크지 않다는 이야기만 반복했다”며 “투자 책임은 스스로에게 있지만, 손실이 없다는 이야기만 듣던 힘 없는 개인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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