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 1년이상 갈 수도…韓 인플레 압박 더 커질 것"

이시욱 국제통상학회장·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인터뷰
"서방 제재에 러시아 경제 타격 없어 장기전 양상"
"인플레 직면한 美, 대러 에너지 제재 가능성은 희박"
"韓, 무역수지 적자 길어지겠지만 우려할 수준 아냐"
  • 등록 2022-02-27 오전 8:15:41

    수정 2022-02-28 오전 7:57:53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가 진정되려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 경제에 핵심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부문에 대해 제재를 가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그렇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일부 영토를 점령한 상태로 양 진영이 각자의 입장을 고수하는 평행선 대립이 1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인 이시욱 국제통상학회장은 27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서방 진영이 일제히 경제·금융 제재로 응수하고 있지만, 이 정도의 제재로는 러시아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지 못하면서 장기전 양상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 같이 밝혔다.

러시아에 타격을 주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주력 수출분야인 에너지산업을 강하게 옥죄야만 한다. 하지만 미국이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동월대비 7.5% 급등해 40년 만에 최고치를 찍는 등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의 석유, 천연가스 등을 건드리면 국제유가가 상승하게 되면서 미국 내에서의 물가 상승 압력이이 더욱 거세질 것이 확실시된다. 이럴 경우 경제와 물가 정책에 대한 실망감으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오는 11월에 치러질 중간선거에서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이 학회장은 “(서방권이) 군사 개입 없이 전쟁을 끝내려면 당장 러시아의 돈줄이 되는 에너지산업을 틀어 막아야 하는데, 미국이 떠안고 있는 인플레이션 부담감으로 인해 이 부분은 사실상 없는 카드가 됐다”며 “양측이 물러설 수 없는 단계로 진입한 상황에서 미국이 러시아를 강하게 압박할 카드가 없어 고민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까지 서방 진영에서 나온 에너지 관련 제재는 독일의 자국과 러시아 사이를 직접 연결하는 천연가스 송유관인 `노르트스트림-2`의 승인 절차를 중단한 것이 거의 전부인 상황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우리 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부문으로는 공급망 교란과 인플레이션 압박을 꼽았다. 이 학회장은 “반도체산업만 봐도 네온(Ne)과 크립톤(Kr) 등 반도체 생산 공정에 들어가는 필수 소재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대량 수입하고 있는데, 당분간 대체 수입선을 찾지 못한 채 사태가 장기화하면 공급망 교란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면서 “공급망 교란, 유가· 원자재값 상승 등 공급 측 요인들이 계속해서 국내 물가에 상당한 상방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앞으로 물가의 향방이 통화정책과 거시경제정책에 있어서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12월까지 이어지고 있는 국내 무역수지 적자와 관련해 이 학회장은 “이번 사태로 인해 국내 무역수지 적자 기조가 길어질 것”으로 봤다. 다만 그는 “최근의 무역수지 적자는 수출 부진이 아닌, 에너지 가격 상승이라는 외생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고 부연했다. 이 학회장은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됨으로써 초래되는 국가 신인도 하락과 외화자금 유출 등의 문제는 당연히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적자는 기간과 폭 모두 충분히 감내할 수 있으며, 크게 문제될 수준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수출부문에서는 자동차, 반도체, 통신장비, 휴대폰 업종에서 피해를 우려했다. 하지만 러시아, 우크라이나가 우리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을 들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정부는 수출 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돌발 변수가 발생할 경우 즉시 지원 가능한 대응시스템을 만들어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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