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현진 ‘비주얼 포에트리 픽셀 시리즈’(사진=표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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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36개의 작은 면을 가진 정방형이 아홉 덩어리. 굳이 세어보면 324개다. 사실 조각그림 324점이라 해도 된다. 각각의 문양·색감이 대단히 비슷하지만 전부가 상이한. 함께 묶어는 뒀지만 조화보단 충돌이 보인다.
작가 권현진(41)은 색과 빛을 그린다. 어쭙잖은 한 줄기가 아니라 무더기로 쏟아놓는다. 그런데 희한한 건 누구나 보는 색이고 빛인데, 눈을 뜨고는 볼 수 없다는 거다. 어째서? “잠시 빛을 보고 눈을 감았을 때 안구에 맺히는 가상의 환영을 그려낸 것”이라니까.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서 관찰된 색이고 빛이었던 거다.
그 비유를 작가는 ‘포에트리’(poetry·시)로 했다. “내 작품을 감상할 땐 현실의 눈을 감고 마음의 눈을 열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 열린 마음에 맺히는 게 ‘시’란 얘기다. 바로 ‘비주얼 포에트리 픽셀 시리즈’(Visual Poetry Pixel Series·2021)가 나온 사연이자 배경인 셈이다. 작품명을 풀어보자면 ‘보이는 시’ ‘이미지가 된 시’쯤 된다고 할까. 스테인리스스틸을 이용해 만든 울퉁불퉁한 입체감이 특징. 그 위에 번지는 색, 그 위의 반질한 빛은 강렬한 ‘덤’이다.
8월 7일까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5길 표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보는 세계, 그 너머를 찾아서’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혼합재료. 90×90㎝. 작가 소장. 표갤러리 제공.
| 권현진 ‘비주얼 포에트리 픽셀 시리즈 #144’(2021), 캔버스에 혼합재료, 68.4×68.4㎝(사진=표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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