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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036930) 회장은 3일 경기 용인 주성 R&D센터에서 기자와 만나 “그동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태양광 장비 분야에서 앞선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1조원 이상 R&D(연구·개발) 비용을 투입했다. 우선 올해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성과가 나고 있다”며 “내년에는 반도체와 함께 태양광 장비, 2023년에는 디스플레이 장비까지 모두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벤처기업가인 황 회장은 과거 외국계 반도체 장비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당시 삼성과 현대, 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모두 반도체 분야에 뛰어들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작 반도체를 만드는 장비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을 경험해야 했다.
독자 기술로 세상에 없던 반도체 장비 만들어
황 회장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 이어 우리나라도 1980년대 들어 반도체 산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기술과 인력, 시장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다. 특히 반도체를 만드는 장비는 100% 외국에서 들여와야 했다”며 “국내 유수 대학을 나온 인력들이 반도체 장비를 개발하는 것이 아닌, 외산 장비를 유지·보수해주는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우리만의 기술로 반도체 장비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반도체 장비 사업을 어느 정도 안착시킨 황 회장은 반도체 증착 기술을 응용해 디스플레이 장비 분야에도 진출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이 만든 플라즈마 화학증착장비(PE CVD)는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중국, 대만 등 국내외 유수 디스플레이 업체들에 활발히 공급됐다. 이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봉지장비(인캡슐레이션) 등으로 디스플레이 장비 영역을 확장하기도 했다.
황 회장은 이어 태양광 장비 분야에도 출사표를 냈다. 그 결과 주성엔지니어링은 ‘박막’과 ‘결정질’ 태양전지 기술을 모두 보유할 수 있었다. 특히 지난 7월 자체 장비로 생산한 ‘N타입’ 단결정 태양전지(HJT)가 업계 최고 수준 광전환효율(빛을 받아 전기로 바꾸는 비율)인 24.45%를 달성했다는 인증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으로부터 받기도 했다. 황 회장은 “현재 광전환효율을 24.7%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내년에는 25% 이상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태양광 분야로 장비 영역 확장
이러한 황 회장의 R&D 노력은 올해 들어 실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이 전년 동기 877억원보다 169% 늘어난 2360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519억원을 올리며 전년 동기 166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증권가에서는 주성엔지니어링이 올해 3000억원 이상 매출액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황 회장은 올해보다 내년 이후를 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황 회장은 “반도체 장비는 초미세공정 증착 기술까지 확보했다. 태양광 장비 역시 광전환효율 35% 이상 시장이 열릴 것에 대비한 연구를 이어간다”며 “디스플레이는 OLED 분야에서 중소형에 이어 내년 하반기부터 대형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적 난이도가 계속 높아지고 글로벌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이는 과거에도 현재도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라며 “결국 기업가정신으로 극복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황 회장이 청년 창업을 독려하고 기업가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든 청년기업가정신재단이 지난 2일 10주년을 맞았다. 3대 이사장인 황 회장에 이어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이 지난달부터 4대 이사장직을 수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