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진 ‘정물1-동화의 구조’(사진=이유진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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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나이프로 잘 잘라낸 빵이 배를 드러내고 놓였다. 옆에 앉은 강아지 집처럼도 보인다. 한 조각만도 아니다. 여기저기 빵 덩어리가 컵·병·오징어·꽃 사이에 흩어져 있다.
정물화가 맞다. 그런데 여느 정물화와는 좀 다르다. 생김새 탓은 아닌 듯하다. 형태는 제대로 갖췄으니. 다만 제멋대로의 크기가 좀 걸린다. 기꺼이 원근법을 파괴해 정물화의 기본원칙을 깨고 있는 거다.
거대한 빵이니 배배꼬인 긴 끈이니, 작가 정수진(49)은 평범치 않은 정물을 그린다. ‘괴물’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작가는 혼돈과 무질서의 나라에 살고 있다는 ‘괴물’에 관심을 가졌는데. 자신의 회화작업도 결국 그들 괴물에게 질서를 부여하려는 욕구였다는 거다. 방식은 괴물을 ‘다차원 생물’로 만드는 것. 색과 형상이란 옷을 입혀 눈에 보이는 상태로 꺼내놓는 거다.
‘정물1-동화의 구조’(2018) 역시 괴물로부터 탈출시킨 다차원 생물의 집합체라고 할까. 그런데 왜 굳이? 그런 건 묻지 말란다. 그림의 의미는 보는 사람이 느끼는 대로 찾아내는 거라고.
10월 6일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77길 이유진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다차원 생물: 의미의 구조’에서 볼 수 있다. 린넨에 오일. 100×100㎝. 작가 소장. 이유진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