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병구 ‘밀물이 들어올 때’(사진=이유진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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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검은 바위 끝에 선 한 남자. 발아래로 바닷물이 비친다. 멀지 않은 곳에 양식장이 보이고, 물을 벗겨 낸 바윗돌 몇몇이 제 몸을 드러내고 있다. 물이 빠지는 혹은 물이 차는 시간, 세상이 다시 바뀌는 그때다. 홀로 선 저 남자는 그 어느 쪽에 속해 있나.
비칠 듯한 색감으로 잡아낸 저 투명한 장면은 작가 전병구(36)의 붓이 만들었다. 작가는 풍경을 그린다. 깊은 산과 물의 광대함과는 거리가 멀다. 일상에 비친 정경이다. 소금창고 앞 마른나무, 고가다리 난간에 내려앉은 새, 이어폰 줄을 늘어뜨린 채 멈춰선 청년 등. ‘익숙하지만 낯선’, 바로 그거다.
단출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작가는 “일상의 풍경이 어떤 의미인가”를 항상 묻는다고 했다. 특히 요즘이라면 ‘매일 보는 것’이라 그냥 넘겨버릴 게 없다는 거다. “기시감을 일으키나 실재를 가늠할 수 없는 현실 너머 먼 곳의 세계를, 말이 없는 그림의 세계를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선가. 작가의 작품은 늘 ‘음소거’ 상태다. 연한 파도소리조차 없는 저 바다는 물이 차는 중이었나 보다. ‘밀물이 들어올 때’(When The Tide Comes In·2020)다.
4월 3일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77길 이유진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밀물이 들어올 때’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40.9×31.8㎝. 작가 소장. 이유진갤러리 제공.
| 전병구 ‘지금’(Present·2019), 캔버스에 오일, 40.9×31.8㎝(사진=이유진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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