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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서양화가 최수환(44·추계예대 교수)은 환영을 작업한다. 아크릴판이나 라미네이트에 0.4∼3㎜ 크기의 구멍을 수없이 내고 LED 빛을 이용해 만든 이미지다. 더할나위 없이 화려하다. 그런데 꿈 같은 그 빛의 잔치는 LED가 사라지면 동시에 사라진다. 잠시 신기루를 본 것처럼. ‘공허-개화’(Emptiness-Blossom·2016)는 동명연작 ‘공허’에 꽃이 활짝 핀 모습을 얹었다. 수천수만개의 구멍과 빛으로 연출한 꽃 풍경. 실감나는 장면을 완성하고도 작가는 짐짓 시각이란 감각기관으로 들어오는 이미지를 믿지 말라고 이른다.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니 그 눈에 속지 말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