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지민 ‘마지막 연필 두 자루’(The Last Two Pencils·2021), 캔버스에 오일, 25×25㎝(사진=학고재 디자인|프로젝트 스페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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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몽당연필’이라고 불렀다. 깎고 깎아 더이상 손에 쥐기도 힘들게 된 난쟁이 연필 말이다.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 어린아이들도 그 고통분담에 적극 동참했더랬는데, 연필 한 자루에 목숨을 거는 일이 그중 하나였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때, 그 장면을 문득 소환하는 작품은 ‘마지막 연필 두 자루’(The Last Two Pencils·2021)란 타이틀을 달았다.
작가 임지민(35)은 일상의 소소한 단상을 스케치하듯 화면에 담아낸다. 가지 뻗은 나무에 핀 꽃, 노끈으로 묶은 선물 보따리, 냅킨을 둘러둔 작은 돌덩이 등, 어쩌다 발견했을 세상의 모든 ‘지난 시간’이 작가의 소재다. 30대 작가에게 몽당연필의 기억이 있을 리 없을 테니, 이 모두가 작가의 체험에서 불거져나온 것이라 보긴 어렵다.
그럼에도 작가는 ‘상실’을 말한다. “그동안 쌓인 크고 작은 상실의 경험들이 현재를 바라보는 내 태도에 조금씩 영향을 줬다”고 한다. “그것들이 사라지는 게 두렵고 불안하다”고도 했다. 그 복잡한 정서는 연작 ‘안녕한 날들’로 묶었다. 세세한 묘사보단 형체만 담백하게 잡아내는 은근한 표현이 장기다.
서울 종로구 팔판길 학고재 디자인|프로젝트서 개인전 ‘이같이 별일 없는 날들이지만’을 열고 있다. 회화작품 55점과 애니메이션 영상 1점을 걸었다. 전시는 28일까지.
| 임지민 ‘안녕한 날들’(Greetings·2021), 캔버스에 오일, 30×30㎝(사진=학고재 디자인|프로젝트 스페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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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지민 ‘안녕한 날들’(Greetings·2021), 캔버스에 오일, 30×30㎝(사진=학고재 디자인|프로젝트 스페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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