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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불룩한 존재감. 세상을 향해 모습을 드러내는 중이다. 천천히 아주 조금씩 꿈틀댄다. 태초에 생명이 태어날 때 이랬을 거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세포, 귀에 들리지도 않는 호흡, 이들이 하나둘씩 숨길을 틔우고 비로소 존재가 되는 과정.
‘사물의 참다운 모습’이란 뜻을 가졌다는, 동명연작 중 한 점인 ‘물지정’(物之情·2018)은 작가의 철학대로 가늘고 섬세하고 무한한 선과 선을 수만 번 긋고 그어 완성한 작품. 서양물감을 쓴 유화인데 동양화에서나 볼 법한 구도자의 수행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