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식 ‘누가 레드를 좋아하나’(사진=갤러리그림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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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가는 실을 한 올씩 당겨 붙였나. 아니 차라리 머리카락이라는 게 낫겠다. 투명하고 매끈한 표면 아래 붉은 색선이 머리카락 올처럼 수없이 그였다.
작가 김현식(53)은 입체 같은 평면작업을 한다. 30여년 전 자신만의 색깔을 고민하면서 찾아낸 ‘에폭시레진’이란 공업용 재료 덕인데. 방식은 이렇다. 액체처럼 투명한 레진을 판에 붓고 날카로운 도구로 선을 그은 뒤 물감을 칠한다. 이후 다시 레진을 붓고 선을 긋고 물감칠. 파인 홈에 물감이 괴게 하는 이른바 ‘상감기법’이다. 그런데 이 과정이 7~10번이라니, 셀 수도 없는 색선이 포개지는 거다.
‘누가 레드를 좋아하나’(Who Likes Red·2018)는 수천 번의 정교하고 고된 노동으로 집약한 ‘선과 면과 부피의 완전체’인 셈이다. 바닥에서 튀어오른 색의 공간감이 진짜 입체를 넘본다.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갤러리그림손서 여는 기획전 ‘초월시공’에서 볼 수 있다. 전통가구와 현대미술의 조화를 꾀하려 고미술화랑들과 콜래보레이션한 전시다. 나무프레임에 에폭시레진·아크릴컬러. 114×114×7㎝. 작가 소장. 갤러리그림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