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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터질 듯한 붉은 색이 먼저 잡힌다. 모두 붉은데 하나도 같은 ‘붉은’은 없다. 한참을 빠져 있다가 가까스로 빠져나오면, 다음은 튀어나올 듯한 질감 차례다. 어느 입체작품이 이만큼 생생할까. 여유를 가질 틈도 없이 휘몰아친다. 한마디로 ‘숨이 턱 막힌다’고 할까. 중견작가 김숙(60)이 그려낸, 아니 박아낸 ‘맨드라미-적빛’(Cockscomb-Red·2020)이 말이다.
이토록 비현실적인 외형을 만들어놓고 작가는 되레 덤덤하다. “꽃의 화려한 외면보다 내면에 있는 순수함과 고요함을 표현하려 했다”고. 섬세한 붓질 외에 극적인 효과를 낸 게 있다면 배경이다. 한지 느낌을 내는 색면추상으로 처리해 주인공들을 부각시키려 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