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은숙 ‘액자가 있는 벽’(사진=아트노이드1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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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고풍스러운 액자가 줄지어 걸린 어느 벽. 한눈에 다 들어오는 전경은 아니지만 액자의 규모로나 개수로나, 예삿집은 아닌 듯하다. 그런데 참 희한한 광경이 아닌가. 액자 안에 정작 그림은 없으니. 알맹이 없이 포장지만 나부끼는 꼴이랄까.
이 미묘한 풍경은 작가 최은숙이 의도했다. ‘사회가 부추기는 씁쓸한 욕망’ 바로 그거다. 작가는 부와 권력을 끌어안고 사는 삶, 하지만 딱히 내놓을 건 없는 그 빈약한 껍데기에 주목해왔다. 작품 속 몇몇 사물이 그 단면을 드러내는데. ‘액자가 있는 벽’(2022)만이 아니다. 세간 없이 문장식만 화려한 실내풍경(‘실내 2’ 2022), 내부 규모와는 상관없이 세운 어느 집의 그럴듯한 담벼락(‘펜스 3’ 2022)도 마찬가지다. 평범한 일상의 사물이 누군가의 문화적 취향으로 둔갑해 자칫 위험한 거래에 나서는 듯 보이는 거다.
분위기는 잡아두고 시작했다. 최대한 조도를 낮춘 어두운 공간에 색을 빼버린 사물을 배치해, 호화롭지만 우울한 전경을 뽑아냈다. 모티프는 어린 시절 기억에서 따왔단다. 한때 내밀한 동경이기도 했을 낯선 욕망의 전리품을 내걸었다. 탄탄한 붓질로 굳이 허술하게 그어서 말이다.
12일까지 서울 성북구 삼선교로6길 아트노이드178서 여는 개인전 ‘단단한 풍경’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130.3×162.2㎝. 아트노이드178 제공.
| 최은숙 ‘실내 2’(2022), 캔버스에 오일, 130.3×162.2㎝(사진=아트노이드1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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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은숙 ‘펜스 3’(2022), 캔버스에 오일, 116.8×91㎝(사진=아트노이드1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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