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벗겨내니 쌓였다…신재호 '와일드 라이프'

2021년 작
들끓는 원색에 실은 구상·추상 혼재서
자유롭고 분방한 '순도 높은' 추상으로
때론 단출한 때론 복잡한 선·색의 질주
  • 등록 2022-07-14 오전 3:30:00

    수정 2022-07-14 오전 3:30:00

신재호 ‘와일드 라이프’(Wild Life)(사진=아트스페이스엣)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빨강’은 사람을 긴장케 한다. 덩달아 피색으로 달아오르게 한다. 절반은 흥분이고 절반은 우려다. ‘격렬한 원색’을 무기 삼아 어떤 장면을 내놓을지,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는 거다.

그 ‘빨강’으로 아예 바닥을 덮은 이 화면. 그런데 의외가 아닌가. 어린아이의 붓질인 양 앙증맞은 선들이 배회 중이니. 형체를 잡으려는지, 형체를 놓치려는지, 아니면 그저 붓 가는대로 내맡기자 한 건지, 자유롭다 못해 분방하다.

작가 신재호가 의식을 좀더 거둬냈나 보다. “미학적 윤리적 선입견에서 벗어나 페인팅이란 미디어에서 정체성을 찾기로 했다”는 건데. 그렇게 가닿아 보니 순도 높은 추상화가 펼쳐져 있더란 거다. 인간·사물의 존재감을 살리려 사실·환상이 혼재한 구상·추상을, 들끓는 원색에 실어냈던 초기작에서 많이 비켜났다고 할까. ‘와일드 라이프’(Wild Life·2021)는 그 변화 중 가장 단출한 형태이지 싶다. ‘거친 삶’ ‘야생생물’이란 의미가 무색하게도 말이다.

19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아트스페이스엣서 여는 개인전 ‘네 머리색을 바꾸지 마’에서 볼 수 있다. 누군가의 머리색은 바꾸지 말라면서도 되레 작가는 붓색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지난 2년에 걸쳐 작업한 회화·드로잉 작품”이라며 “첫 개인전 이후 ‘내 미술’을 만들어보려 했다”고 전해 왔다. 캔버스에 오일. 162.2×130.3㎝. 아트스페이스엣 제공.

신재호 ‘노래할까?’(2021), 캔버스에 오일·아크릴·유성매직, 116.8×91㎝(사진=아트스페이스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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