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아 기자]네이버, 카카오, 페이스북코리아, 구글코리아 등이 회원사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12일 성명서를 내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 중인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국내외 CP와 통신사간 망이용계약을 체결할 때 ‘정당한 이유 없이 협상을 거부할 수 없다’는 조항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현행법에는 통신사가 CP에 불공정 행위를 하지 못하게만 돼 있어,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CP가 국내 통신사보다 협상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진 점을 악용해 협상을 거부하면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기협은 “이는 역차별 해소를 앞세워 사업자간 자율적으로 진행되던 망 이용계약을 규제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이는 기간통신사업자인 통신사들의 매출확대 기반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는 바, 이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인터넷 시장의 상생·발전은 민주적 협상절차와 사적자치에서 발현되는 것이지, 가이드라인 등 정부의 적극적 개입으로 달성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경우라도 정부는 관련 당사자의 권리와 의무를 공평하게 분배하는 최소한의 개입에 그쳐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인기협은 특히 “망 품질 보장의 책임을 CP에게 전가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통신사업자 중심의 접근으로, 결국 인터넷 산업의 진입장벽을 만들어 인터넷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통신사가 CP에게 통신망 투자비용의 분담을 요구하거나 망 이용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역차별 해소를 이유로 위헌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자 하는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 관계자는 “22일 페이스북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 1심 판결을 앞둔 시점에서 인기협이 이런 성명서를 낸 것은 국내 기업이 아니라 페이스북만 유리하게 하는 일”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또 “방통위 가이드라인은 협상 성실 준수 의무를 주는 것일뿐 가격을 이리 하라는 게 아니고, 망 품질 보장 책임 역시 인터넷이 생활 곳곳에 파고드는 상황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포털이나 외국계 사업자 정도는 품질 준수 노력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